호수처럼 잔잔한 마음으로, 별로 좋지도 않는 기기로도 아무 불만 없이 수십 년 음악 들어 왔다. 그러다 작년 11월 앰프 자작한답시고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고 1년, -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마치 토네이도 폭풍에 휘말려 공중으로 붕 뜬 '미친 버린' 상태였다. 내 눈에 비춰지는 마니아들의 세계는 집단최면 이나 집단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는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처럼 보였다. 일년이 지나 놓고 보니 어느덧 한 통속이 되어버린 나를 본다.
송두리째 흔들린 화폐가치에 대한 혼란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전에는 10 만원을 쓸려고 해도 한두 번 생각했다. 요즘 나는 10 만원은 돈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오디오 때문이다. 이번에는 100만원 가까이하는 파워 케이블을 미국에다 주문해놓고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한다. 환갑을 넘긴 놈이 공제한 은도금 벽체 콘센트 두 개나 교체하느라 땀 뻘뻘 흘리는걸 본 아내가 "당신 유서 보니까, 막귀로 부터도 해방이다, 오디오로 부터도 해방이다. 道人다됐드만 옆에서 보기에 좀 뭐하네....."
쥐꼬리만한 오디오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으면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코미디다. 따라서 이 글은 오디오의 탐구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오디오에 임하는 태도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私見이다. 그러므로 여기 회원 대부분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이 글을 올리는 것은 어느 사이트나 뽐뿌맨(Kicker)은 있어도 스토퍼(Stopper)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스토퍼적인 입장에서 횡설수설 해본다. 횡수이므로 예민한 반응이 없기를 바란다. 이 곳이 워낙 고수 집합소이고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곳이라서 이 분위기에 역행하는 발언으로 비춰질까봐 염려도 된다. 그러나 질책이 있다면 그것도 나의 오디오 생활에 유익할 것이다.
김준호 교수님이 쓴 오디오 십계명은 길이 남을 유익한 참고서다. 교수님의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고 쉽게 꼭꼭 집어 요점들을 정리해주셨다. 입문자나 고수에게 모두 도움이 되었고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한번쯤 자신들을 되돌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가이신 윤종민 선생님, 서상원 선생님, 심봉택 선생님, 김호덕 선생님, 이호영 선생님, 장동기 선생님,그리고 저와 오디오적인 코드가 맞는 이희룡 선생님 글(나의 오디오라이프 895번-타고난 복)을 보면 괜히 쫄지만 오디오 반평생에 느낀 소감을 용감하게 적어 본다. 편의상 존칭을 생략한다. 얼핏 설교조의 인상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감이 저 같은 下手가 그런 행동하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아실 줄 안다.
1. 내가 내 귀를 믿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
60년대 자칭 國寶라 호언하면서 '酒遊半世記'란 책으로 유명했던 국문학자 양주동 교수를 존경했다. 酒仙의 경지인 그분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어언 주유반세기가 되어 간다. 막걸리부터 시작한 나의 주유반세기는 이제 소주에서 정착했다. 그동안 포도주, 양주, 청주, 고량주, 닥치는 데로 방황했지만 내 입에는 소주가 메인(Main)이다. 이런 나에게 주위에서 발렌타인 30이 어쩌고 저쩌고 해보았자 내겐 고무다리 긁기일 뿐이다. 물론 서브로 다른 술도 가끔 마신다.
오디오라고 다르랴, 탄노이 시절에는 현이 좋아서 그쪽에 푹 빠졌었고 메킨토시 시절에는 파아노 첼로 관현악에 빠졌었다. 그런데 다시 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소리도 세월 따라 변해간다. 좋아하는 여자의 스타일도 나이 따라 변해 간다. 우리 시대 마리린 먼로 보다는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를 더 좋아했는데 지금은 무랑루즈 영화 본 다음에는 니콜 키드만이 이뻐 보인다. 사람마다 얼굴 모습이 다르듯이 좋아하는 소리도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이 진리이다" - 주역의 원리 아닙니까?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소리다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변한다.
누가 뭐라 하든 요즘 내 귀가 좋아하는 소리를, 내가 즐겨 듣는 장르의 음악을 잘 만들어 내주는 오디오를 선택하자. 시간이 흘러 좀더 고급스럽고 다른 소리를 원하게 되면 또 거기에 충실할 것이다. 남들이 1973년산 보르도가 맛있다 하여 비싼 돈주고 어렵게 구해 봤자. 내 입맛은 아니다. 값의 고하가 아니다. 내 好 不好가 우선이다. 양주 맛 잘 모르는 나에겐 싼 국산 양주나 비싼 수입 양주나 거기서 거기다.
2. 잡지에 실린 리뷰 그대로 믿으면 반드시 후회한다.
20년전 쿼드 + 탄노이 선택할 때 봤던 Stereo Sound(그땐 한국판은 없었음)에서 본 일본 오디오 평론가들이 서브-2 준비하느라 이번에 사본 책에 그대로 나오는 걸보고 놀랬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그것이 직업으로 생각된다. 잘 써주고 대가를 받아서 생활하는 건 아닐까. 리뷰는 신제품 소개하는 정보정도로 참고만 할 뿐이다. 특이나 국내 잡지의 리뷰를 보면 구렁이 담 넘어가는 소리로 어물쩡한 표현이 많다.
리뷰 - 그것은 무시할 수도 없지만 믿을 것도 못된다.
3. 고수 말 듣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
고수는 괜히 고수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기기와 음악을 접하고 이를 분석하여온 전문가다. 그런 사람의 조언은 상업적인 리뷰와 비교할 수 없다. 그 분들의 경험을 당신은 공짜로 빌려오는 것이다. 나보다 좀더 아는 사람은 내게는 고수다. 어떤 인연으로 알았던 전화보다는 메일이나 쪽지로 상대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문의하면 친절하게 지도해준다. 여기 윤종민 선생님을 뵌 적은 없어도 쪽지 나 메일로 많이 배웠다. 양규식 회장님이나 이영준 사장님 백종익 제 사부님 그리고 대구 이병묵 사장님 대구 엠비시 남우선 피디님 강선규 부장님 김기수 사장님 소병율 박사님, 어디 그분 뿐 이겠는가? 수도 없이 많은 분들에게 배웠다. 이런 배움은 많은 시행착오를 막아주어서 돈으로도, 시간으로도 엄청난 절약이다. 우리 세대에는 이런 문화가 없었다. 사이버에서 무림의 고수를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지금 세상이 참 좋다. 눈을 좀더 크게 뜨고 내 몸을 낮춘다면 수많은 고수들이 보일 것이다.
4.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충분한 검토 없이 구입하면 반드시 후회한다.
한 두시간 잠시 들었을 때는 좋았는데 집에 가져다 매일 수 시간씩 듣다 보면 귀가 쉽게 피곤해지고 싫어지는 경우가 많다. 첫 눈에 운명적인 필(Feel)이 꽂히는 여자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도박이다. 오랫동안 친구처럼 사귀어 가면서 덤덤하게 달아 오른 사랑이 더 오래가고 안전하다. 함께 살 여자라면 첫 인상보다는 너그럽고 편한 성품이 좋을 것이고, 수년들을 오디오라면 처음 몇 십분 보다는 악기 소리가 아름답고 종일 들어도 귀가 피곤하거나 지루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심 봉사 젖동냥하듯 이집 저집 오디오 소리들으러 다닐 때 익산의 이영준 사장은 회사 사무실겸 오디오실 만들어 놓고 하루 일 마치고 퇴근할 때마다 씨디 하나만 더 듣고 나가자 하다가 12시 넘긴다는 말 들었다. 나같으면 피곤해서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을텐데, 오디오 소리가 얼마나 좋길레... 복분자 술을 마시면 요강이 뒤집어 진다고 해서 한 박스 사다 놓고 마신 적 이 있다. 한 두잔은 달짝지근하니 맛있다. 그러나 서너 병 마시다 보면 속이 역해진다. 그것을 몇 일 계속하면 나중엔 복분자 말만 들어도 惡心이 생긴다. 요강? 말짱 헛소리다. 그저 술은 술로서 마실 일이다. 리뷰도 보고 고수의 조언도 듣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여러 종류의 기기들의 소리를 내 귀로 들어 본다. 一廳을 원하면 기꺼이 응할 뿐 아니라, 술밥까지 사주는 분도 있다. 대부분의 오디오 매니아들은 그렇다.
내가 생각한 공식이다.
오디오 권태기 = 검토한 시간 x 5
예를 들어 한 달간 검토했다면 당신은 5개월 후 후회할 것이다. 일년쯤 검토해 왔다면 5년 간은 만족할 것이다. 당신이 소비자일 때 왕이다. 상상과 설계할 때가 행복하다. 검토하고 들어 보는 기간은 길수록 좋다.
서두르지 말자.
5. 어렵게 사서 일정기간 듣지 않고 처분하면 반드시 후회한다.
AudioNova(audio + casanova)가 되지말어라. 최소한 1년은 들어 보길 권한다. 메킨과 조합할 스피커 고르는데 고심했다. 흔히 JBL이 Best matching 이라고 하지만 내 귀에는 아니었다. Celestion은 70년대 SL-600으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트위터는 다른 회사에서 채용할 만큼 유명했다. 톨보이로 출시한 A-2, A-3가 우리나라에서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고 요즘은 AV 회사로 전락했지만 내 귀엔 첼로와 피아노 의 둔중한 저음에는 Celestion이 가장 좋았다. 제 소리 나오는데 1년 이상의 답답한 시간을 견디어야 했다. 지금도 나는 A-2를 내치지 못하고 있다. 신품이던 중고든 서로 어루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정신 없을 정도로 바꿈질 하는 분들도 많다. 나는 그건 일종의 정신병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증상이다. 그런 것을 부러워한다면 당신도 함께 한심한 사람이다. 나도 일년간 씨디 20 여장으로 케이블,소스 바꿀 때마다 그 차이를 확인 해보려고 하다 보니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음악은 듣지 못했다. 우리가 오디오를 시작한 것은 소리가 목적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자 함이었다는 것을 나는 잊고 있었다. 꽤 방정들 떨지 말고 진득감치 참고 소리가 숙성될 때까지 기다려 보자. 아직 익지 않는 땡감 따먹으면서 떫니 쓰니 하는 꼴이다. 시간 두고 기다리면 다 홍시 된다.
그러나 오디오에 정답은 없다, 당신하고 싶은 대로해라
6. 과거의 명기였다는 명성만 믿고 사면 반드시 후회한다.
오디오는 저항과 콘덴서로 이루워져 있다. 아시겠지만 진공관은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면 세월이 흘러도 그 특성이 변하지 않지만 저항과 콘덴서, 특히 콘데서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특성이 열화 된다. 10년 이상 된 전자 부품들은 작동에는 이상이 없을지 몰라도 성능은 열화될 수밖에 없다. 에이징이 너무 되어 버렸다. 사람으로 치면 80객이 된 것이다. 족보야 살아 있겠지만 아무래도 한참 때의 그것은 아니다. 새로운 방식, 새로운 설계 개념으로 만든 제품에도 관심을 갖자. 빈티지의 즐거움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Antique한 취미이다.
아무리 명기였을 지라도 그 시대의 명기였을 따름이다.
7. 구입하려는 것의 한 단계 이상의 것을 구입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
당장 호주머니 사정만 생각하고 싼 것 사놓고 후회한 적이 한두 번 아니다. 카메라도 그렇고 커피 머신도 런닝 머신도 에어컨도 그랬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사게되고, 결과는 첨에 좀더 투자했던 것 보다 손해다. 그래서 나는 물건 구입시 선택한 것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으로 한다. 돈이 모자라면 대출이라도 받는다.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 보다 좋은 물건 보면서 매일 만족하고 열심히 그 돈 버는 게 열배 즐겁다.
당신이 고려하는 것 중 최고의 것을 사라.
8. 오디오에서 원음을 찾으러 한다면 평생을 후회할 것이다.
실황의 소리와 오디오의 소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것을 인정해야 한다.
비슷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제 아무리 날고기는 고수라도 실황과 같을 순 없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기기라도 실황의 소리는 아니다. 진짜보다 화려한 광채를 지닌 인조 다이어몬드는 진품보다 보기는 좋아도 어디까지나 가짜다. 오디오의 소리는 실황의 이미테이션일 뿐이다. 그렇다고 오디오의 소리가 실황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 마음은 조금 편해진다. 수십 년 전 첨으로 실황 연주회 가봤다. 국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이 합쳐진 공연이었다. 실망의 충격이 컸다. 너무 심심하고 맛이 없었다. 그 때 나는 아마 우리나라 악단의 실력이 모자라서 오디오 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 뒤 이름 있는 외국 악단의 연주도 들었다. 차츰 나는 실황이 오디오와 비교할 수 없이 음악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황의 부드러움, 자연스러움, 공간을 안개처럼 채우면서 가슴으로 전해오는 감동은 그 것이 단 한번이라도 평생을 잊지 못한다. 거기에는 단단한 저역도 디테일한 중역도 주욱 뻗치는 실키한 고역도 없었다. 그런데도 레코드로 백 번 듣는 것보다 그 선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오디오는 오디오, 실황은 실황이다.
9. 내 오디오를 사랑하지 않고 비교만 한다면 반드시 후회한다.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다.
당신은 아내나 자식들을 다른 이들 것과 비교하는가? 한다면 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당신도 그렇겠지만 어찌 한 인간이 팔방 미인일 수 있겠나, 열이 좋으면 서너 개는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있다. 부족한 것도 감싸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하면 단점도 이뻐 보인다. 음장도 좋고 음색도 좋고 저중고역 다 좋은 오디오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음악은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종합적으로 선율을 따라 가면서 감흥에 젖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술은 찔끔 찔끔 맛만 보면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적당히 마시고 흥건히 취해서 신선이 되는 것이 酒道이다. 당신이 오디오 평론가나 리뷰어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애써 검토하고 준비한 당신의 오디오의 소리를 더 이상 분석하면서 약점을 찾지 말어라. 그것은 전문가가 하는 짓이다. 하나를 좋게 하려면 다른 것은 양보해야 한다. 그래서 김준호 교수님도 말했다시피 몇 개의 서브가 필요하다. 나는 3 개의 서브가 있다. 피아노와 첼로를 잘 울려주는 셀레스쳔, 유니슨 리서치-6 와 연결된 보잇 파이프는 피곤할 때 좋다. 풀레인지의 편안함을 아실 줄 안다. 피곤할 때는 유니트 여러 개를 크로스 오버해서 플랫한 소리를 밀도 있게 들려주는 것보다는 동양화나 수채화같이 여백과 모자람이 있는 그 소리가 좋다. 장미꽃 백송이 꽃다발도 좋지만, 어떤 때는 국화 한 송이나 가냘프게 흔들리는 코스모스도 아름답지 않던가? 그게 더 가슴에 찡한 감동을 주지 않던가?
이제 소주나 포도주 양주 어느 것이 됐던 자기 좋아하는 술 한잔 마시고 맘 편하게 흥건히 취하듯 당신의 오디오, 그것이 제프던 마크던 탄노이던 음악에 흥건히 취하자. 우리다 알고 있지만 음악은 소리지만 그 소리 이상이다.
서브를 활용하자.
10. 동호회 회원에서 탈퇴하라.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
웬만큼 맘에 드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더 이상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말자. 상갓집(喪家之狗) 개처럼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다보면 당신의 마이너스 통장은 평생 적자를 못 면할 것이다. 견물생심이다. 아무리 굳은 결심이라도 동호회 사이트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당신의 결심은 봄눈 녹듯 녹아버리고 또다시 바꿈질의 악마적 유혹에 빠지고 말 것이다. 만일 당신의 순소득이 자영업이면 월 1000만원 이상, 월급이면 500만원 이상이 그리고 한 달에 200만원 가량 저축할 형편이 아니라면 그리고 부모에게서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지 않았다면, 이제 조용하게 당신의 개성 있는 훌륭한 오디오가 들려주는 음악의 천재들과 친해지기 바란다. 그래서 그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일상의 휴식,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찾기 바란다. 언제까지나 케이블하나 주문해놓고도 조마조마 기다리고 얼마 남지 않는 비자금으로 업그레이드할 생각으로 노심초사만 할 것인가 그러다가 언제 여유 있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것인가? (나의 경우이다)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사립여자 대학다니는 딸 그리고 국립대학 아들, 이 둘 가르치는데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붇는 것 같았다. 당신들은 자식들 다 키웠는가? 대학도 가르치고 노후 대책도 새워야하지 않겠는가? 20 대 후반 山中 禪房에서 한 일년 보낸 적이 있다. 바루 넣어 두는 벽장 위에 "불견견(不見見), 불설설(不說說), 불청청(不聽聽), 불문문(不聞聞)" 이란 큰 글자가 있었다 30년도 넘은 기억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그 뜻은 아마 "눈으로 보지 않음으로써 보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라"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염화시중(拈華示衆)의 경지에 이를 수는 없다해도 불청청의 말뜻을 곰곰이 새겨 볼 나이도 되지 않았을까?
일체 유심조(一切 唯心造) 다.
무림의 고수들이시여!
겁없는 하수의 말도 안 되는 허튼 소리를 너그러이 혜량하소서.............
부록
朱子十悔(주자십회)
一.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뉘우친다.
(不孝父母, 死後悔 불효부모 사후회)
一.가족에게 친절히 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
(不親家族, 疎後悔 불친가족 소후회)
一.젊을 때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
(少不勤學, 老後悔 소불근학 노후회)
一.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후회한다.
(安不思難, 敗後悔 안불사난 패후회)
一.부유할 때 아껴쓰지 않으면, 가난하게된 후 후회한다.
(富不儉用, 貧後悔 부불검용 빈후회)
一.봄에 밭갈고 씨뿌리지 않으면, 가을이 된 후에 후회한다.
(春不耕種, 秋後悔 춘불경종 추후회)
一.담장을 미리 고치지 않으면, 도둑 맞은 후에 후회한다.
(不治垣墻, 盜後悔 불치원장 도후회)
一.이성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후에 후회한다.
(色不謹愼, 病後悔 색불근신 병후회)
一.술 취해서 망언한 것은, 술 깨고 난 후에 후회한다.
(醉中妄言, 醒後悔 취중망언 성후회)
一.손님을 잘 대접하지 않으면, 손님이 떠난 후에 후회한다.
(不接賓客, 去後悔 부접빈객 거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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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朱子家訓』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
守分安命, 順時聽天(수분안명, 순시청천)
爲人若此, 庶乎近焉(위인약차, 서호근언)
분수를 지키고 운명에 평안하며, 시기를 순히하고 하늘의 뜻을 좇을 것이니,사람노릇하기를 이같이 하면, 거의 (도에) 가깝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