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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霜降)

이원식 시인 2009. 10. 23. 00:44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동네.(2009. 10. 21)

 

 

상강(霜降)

 

된서리가 내려 천지가 눈이 온 듯 뽀얗게 뒤덮히는 때다. 이때쯤이면 각 시·군의 엽연초조합에서 잎담배 수매가 시작된다.
과거 수입담배가 들어오기 전 잎담배가 제값을 받을 때는 담배수매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그 지역은 흥청거렸다. 담배 등급을 판정하는 심사관들이 묵는 여관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판정가를 받으려고 술 접대가 한창이었고 수매가 시작되는 날이면 목돈을 쥔 사람들을 유혹하는 장사꾼이 도처에서 모여들어 흥청거렸다. 목돈을 손에 쥔 농민들은 할 일없이 어슬렁거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더러는 제 기분에 취한 나머지 일 년 고생해 지은 담배값을 기생집이나 사기꾼에 홀라당 털리기도 했다.

상강은 보리파종의 적기이다.
가을 추수가 끝나기 무섭게 이모작 지대인 남부지방에서는 보리파종에 들어간다. 보리파종이 늦어지면 동해(凍害)를 입을 우려도 있고 수확량도 급감한다. 또 보리파종이 늦어지면 이듬해 보리 숙기가 늦어져 보리베기가 지연되고 보리베기가 지연되면 모내기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이 시기를 놓칠까봐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명을 다한 잎새들이 마무리하며 겨울 맞을 준비를 한다.
보름간의 준비가 겨울을 얼마나 알차게 따뜻하게 보낼수 있느냐를 좌지우지한다. 얼마 후면 입동, 농촌은막바지 가을걷이로 바쁘다.
농부에겐 길고 힘든 한 해였지만 그래도 거둠의 기쁨이 있으니 어떠랴.
농사를 잘 지었으면 잘 지은 대로, 못 지었으면 못 지은 대로의 수확이 있으니.
가을 동안 잘 익은 호박 따 들이랴, 밤·감 따랴, 조·수수 수확하랴, 서리 오기전 고추 따랴, 깻잎 따랴, 고구마 캐랴, 콩 타작하랴, 농부는 고단한 몸을 추스릴 사이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밤 늦도록 들판에서 살게 된다.
논갈이 및 가을보리 파종, 마늘 심기와 양파모종 이식도 이맘때가 절정이다. 일손이 많이 가는 마늘농사는 집집이 모여 품앗이 형태로 심게 된다.
최근엔 농촌 일손이 달리면서 도회지에서 품을 팔러 온 이들이 몰려 늦가을 들녁은 사람과 단풍의 물결로 출렁이게 된다.

 

해설출처: http://www.koreartnet.com/wOOrII/etc/24julki/24julki_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