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산길을 한참을 가다보면 낡은 벤치 하나 보인다.
잠시앉아 쓰디 쓴 커피 한 잔 대신 맑고 푸른 가을 하늘 한 잔 음미 한다.
온 몸이, 온 세상이 씻기운 듯 가벼워 진다. 다시 발길을 옮겨 본다.
꽃과 바람
- 설산스님의 입적
이원식
꽃바람에
떠나는 꽃잎
몇 번이나
돌아본 날
삼매(三昧)에 든
나무들
소리 내어
울었다
바람이
가신 하늘엔
티끌 한 점
없었다
*雪山스님(1919~2007)
- 이원식 시집『리트머스 고양이』(2009, 도서출판 작가) 중에서(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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