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문예지 외

중앙일보 '웹진 NGO&ZINE' 34호에 실린 시조 「하얀 고백」

이원식 시인 2008. 5. 10. 04:03

중앙일보 '웹진 NGO&ZINE' 34호에 실린 시조 「하얀 고백」

  (출처: http://cafe.joins.com/cafe/CafeFolderList.asp?cid=youngs_4ngo&list_id=638333)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

웹진 NGO&ZINE 34호    

> NGO& 뉴스 > [34호 커버스토리] 로드킬(Road - kill) ;03   

*팔팔이: 영화 속 로드킬(road-kill)로 죽어버린 삵의 이름

 

“우리가 도둑이 된 것 같았어요.”

엄마를 따라 영화를보고 나온 윤치호군( 초등학교 6학년 )이 말했다.
12살 순수한 어린 눈이 찾아낸 영화 속 메시지는 정확했다.
야생동물, 그네들의 서식지에 침투해버린 인간,
우리는 그들에게 주거를 빼앗아 버린 ‘도둑'이었다.

 
 

◆ 도둑이 된 인간, 팔팔이는 함께 달리고 싶다

 

한국은 국토에서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해방 후 불어 닥친 개발압력과 함께 우리나라에는 10만Km가 넘는 도로가 생겼다.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 최태영 연구원은, 도로가 없어지지 않는 한 로드 킬(Road-Kill)의 위험은 불가항력적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로드킬 근절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시발점이 된 ‘도로'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 에 따르면, 몇 해 전부터 로드킬 대책의 일환으로 도로 간 생태통로와 야생동물 유도울타리(fence) 를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동물의 이동경로를 인간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한정 지을 수 있느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최선의 방법의 하나” 로 추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로드킬 연구원 최천권 씨는 “도로를 만들기 전 처음 계획 단계부터 생태통로 등을 고려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즉, 충분한 사전 조사를 통해서,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는 것은 물론, 동물의 다양성에 걸맞은 생태통로의 유형을 선정하는 것이 현재 로드킬 대책의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변화의 추이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보다 완벽한 로드킬 대책이 마련될 것” 이라며 최 연구원은 로드킬대책의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생태통로 설치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이 잘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도로공사는 로드킬 방지를 위해, 야산을 연결하는 녹지축을 확보하고 주간선도로로 인하여 단절되는 구간에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생태통로'를 설치했다. 하지만, 보다 지속적이고 안전한 로드킬 방지를 위해서는 ‘모니터링 무인카메라'의 설치가 필요하다.

산림과 하천이 접한도로, 즉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근접한 도로에서 로드킬의 발생이 빈번한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알고도 뚜렷한 예방정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무고한 팔팔이와 그 친구들은 다시 한번 싸늘히 죽어갈 것이다.

 

이 시각 ‘그 길'에는 여전히 네 바퀴 동물의 매서운 숨소리가 거칠게 몰아친다. ““탁!”” 둔탁한 소리가 비명도 없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다. 우리가 돌보지 않는 한, 소중한 생태계는 계속해서 파괴되어 갈 것이다. 하지만, 팔팔이는 여전히 도둑이 된 인간과 함께 달리길 소망하고 있다.

 다음은 연구원 최천권씨가 제시하는 로드킬 대책 방안 3가지다.

 

1. 조사와 모니터링 : 로드킬의 발생률이 가장 큰 동물군을 파악하여, 그들의 습성, 이동경로들을 파악한 세심한 선 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2. 도로횡단구조물 설치 : 수십억의 예산투자를 통해 설치한 생태통로도 중요하겠지만, 도로횡단구조물이 도로 밑에 많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3. 타겟(Target) 종별 설치 : 각 도로구간별 동물군의 유형과 목표 종에 걸맞은 설치가필요할 것 이다.

 

◆ 인간과 자연, 로드킬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길

 

우리나라 최초 로드킬 치사유형 연구 논문*을 발표했던 이상돈 교수는(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 “로드킬은 원인을 떠나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위험한 현상” 이라며 로드킬 대책에 대한 당위성을 인간과 생태계의 ‘안전'의 문제로 지적했다.

사실 고라니 같은 커다란 포유동물이 로드킬을 당했을 때는 인간이 입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그것은 마치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같이, 정신적 충격과 차량 파손, 심지어 신체적 상해를 주기도 한다. 로드킬이 단지 그 곳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에게만 위협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준다.

* 《 우리나라 야생동물의 도로치사에 관한 연구-중앙고속도로의 동물치사 사례를 중심으로》, 이상돈, 조희선, 김종근 -이화여자대학교 환경학과, 환경생태연구소, 2003

 

하지만, 이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로드킬 연구는 열악한 상황이다. 일례로, 한국도로공사에서 실시하는 ‘로드킬 동물 유형 조사'는 대부분 일용직 근무자들로 이뤄져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져서 로드킬 대책을 위한 근본적인 데이터(data)구축도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로드킬 관련 생태연구에 대한 충실한 데이터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교수가 지적하는 그 첫 번째 로드킬 근절 대책 방안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통해서 로드킬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인 ‘ Hot Spot'을 찾아내고, 그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 이 두 번째 로드킬 대책 방안이다-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앞서 지적한 생태통로와 유도펜스 설치, 그리고 야생동물 출현지역 표지판 설치 등이다.

“피딩스테이션(Feeding Station)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상돈 교수는 새롭게 대안을 제시한다. 사실 야생동물들이 고속도로 주변에 자주 찾아 드는 것은 도로 주변에는 염분이나 곤충의 사채 등 그들의 생태에 필요한 먹이 감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로를 벗어난 지역에 야생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이른바 피딩스테이션이 이 교수가 지적한 그것이다. 그곳에는 동물들에게 필요한 먹이, 따뜻한 공간이 갖추어져 있다. 실제로 미국은 피딩스테이션을 설치해 로드킬 방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 밀렵보다 로드킬이 더 위험한 이유

영화<어느 날 그 길에서> 최태원 연구원에 따르면, 밀렵보다 위험한 것은 로드킬이라고 한다. 즉, 밀렵은 상대적으로 증폭된 사회적 여론에 의해서 감소가 가능하지만, 로드킬은 도로에 대한 불가항력적인 것이기도 하고, 상대적인 국민적 관심이 낮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한다.

결국 가장 최종적인 로드킬 대안은 생태를 안고 있는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다 .  “시민들이 로드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면 결국 정부도, 사회도 더 적극적인 대책을 주게 되지 않을 까요?”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한 연구원의 뼈 있는 지적이었다.
 

다음은 정부가 실시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로드킬 주요 대책 방안이다.

 

정부의 로드킬 주요 대책 방안

출처: < 야생동물 로드킬(Road-Kill) 예방?관리 대책 >(2007.6 환경부 자연정책과) 중에서

○ 로드킬 조사방법을 객관화한 ‘야생동물 로트킬 조사 통합지침' 수립
○ 생태통로 우선 설치지점 15개소 등 로드킬 예방시설 지속 설치
- 백두대간 및 정맥의 생태축 단절지점에 대한 생태통로 우선 설치
. 기존도로에 생태통로 설치시 자연환경보전 이용시설 및 생태계보전협력금 우선 지원
○ 생태통로 설치 전.후 모니터 강화
- 지방환경관서, 전문가, 관련기관, 환경단체, 지자체, 주민 등으로 생태통로조사단 구성
- 모니터링 분석결과 GIS-DB 구축, 체계적인 관리
○ 로드킬 예방 필요성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한 홍보 강화
- 로드킬 빈발구간 네비게이션 안내 전국 확대
- 환경부 홈페이지 베너 설치 및 캠패인 전개 등 홍보 강화
○ 로드킬 예방정책 추진을 위한 적정 인력 확보
-정확한 로드킬 현황조사 및 로드킬 예방정책 추진을 위해 ‘08년 소요인력 7명 요구 
-향 후 로드킬 전문 조사원, 생태통로 모니터링 실시 및 결과 분석을 위한 인력 을 연차적으로 확충

 

“전방에 야생동물 출현지역입니다. 주의 운전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3월부터 전주지방경찰청에서는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구간을 선정하여 네비게이션 제작사에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5월까지 그 작업을 마치고, 오는 6월부터 시험방송을 거친 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로드킬 관련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로로 단절됐던 지리산 생태계에 새로운 희망이 뚫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1) 안내방송 31개 구간 [출처=환경부]  

로드킬 연구자들의 노력이 하나둘씩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제 더이상 로드킬은 차창밖의 다른 세계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그 길위에 나타났던 것은 동물들이 아니었다. 녀석들의 공간을 빼앗아 가로 막아 선 것은 다름아닌 우리였다. 하지만 여전히 팔팔이는 우릴 향해 손짓한다. 함께 뛰놀자고. 우리와 함께 숨을 쉬고 소통하는 소쩍새와 너구리, 고사리, 그리고 삵이 함께 뛰어 노는 동산, 그곳에서. 이제 다시 팔팔이를  만나고 싶다.    

 

부릅뜬 타이어가 지르밟고 있었다

활짝 편 모습으로 짓이겨진 비둘기

곱게 편 하얀 손수건 한 장인 줄 알았다

-이원식의 <하얀 고백>

 

중앙일보 4기 대학생 NGO 기자
김혜규(서울대 정치학과 대학원)
minthk@gmail.com
blog.joins.com/avril3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