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집/第1詩集·누렁이 마음·모아드림, 2007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학나눔」에 실린 시집 소개

이원식 시인 2007. 11. 5. 07:25

 

 이원식 시인의 첫 시조집 『누렁이 마음』이 도서출판 <모아드림 >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4년 󰡔�불교문예󰡕�에 시가, 2005년 󰡔�월간문학󰡕�에 시조가 각각 당선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이번에 펴내는 첫 시조집 󰡔�누렁이 마음󰡕�에는, 그가 오랜 시간 적공(積功)을 들였을 가편(佳篇)들이 한집안의 식구들처럼 나란히 모여 있다. 특기할 것은, 이번 시조집이 시조(時調) 가운데 주로 단수를 모아놓은 정형시집이라는 점이다. 시집 말미에 네 편의 연시조를 부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단수 시집으로서의 속성이 반감되지는 않는다. 요컨대 이원식 시인은 자신의 첫 시조집을 정형의 가장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단수들로 구성함으로써, 오랜 시간의 습작 기간과 함께 시를 향한 자신의 엄격성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조계사 대웅전 앞/합장하는 흰 소나무//누대(累代)를 입적(入寂) 않고/흰 뼈마디 묵언고행//미완(未完)의 그대를 위한/불구승의 알몸 보시   
― 「하얗게 서서」 전문

  조계사 대웅전 앞에 하얗게 서 있는 커다란 소나무를 두고, 시인은 “흰 뼈마디 묵언고행”으로 누대(累代)의 시간을 각인하고 있는 수도자로 은유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수도 과정은 “불구승의 알몸 보시”로 전이된다 여기서 ‘불구승’은 ‘不具僧/不求勝/不求丞’ 등 다양한 함의로 읽힌다. 불구의 몸을 한 승이거나, 굳이 이기려 하지 않는다거나, 벼슬을 구하지 않는다거나 등등의 속뜻을 복합적으로 거느리게 되는 것이다.
이원식의 첫 시조집 󰡔�누렁이 마음󰡕�은, 이처럼 단수의 미학적 정수(精髓)를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불가적 인식과 생의 이법에 대한 성찰, 그리고 투명하고 섬세한 서정을 일구어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정형’이라는 형식적 제약은, 일탈과 불화와 부조화보다는 질서와 화해와 조화 쪽을 겨누고 있다. 그 점에서 ‘시조’라는 양식이 견지하는 선험적 골격인 ‘정형’은 섬세하게 지켜져야 하는데, 이원식 시조 미학은 그러한 기율을 잘 지켜내고 있는 세계이다.
  가장 짧은 형식을 통하여 시를 쓰려는, 곧 언어를 부리면서도 언어의 명료함을 방법적으로 부정해보려는 노력은, 이원식 시인으로 하여금 압축과 긴장의 미학에 대한 집착을 견고하게 지켜오게끔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압축과 긴장의 감각은, 언어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언어가 과잉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방법적 전략을 말하는 것이다. 이원식 첫 시조집이 보여주는 위의(威儀) 역시 이러한 시조 미학을 정공법에 의해 구현한 성취에서 비롯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