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당신을 위한 역사(驛舍)
이원식
전동차가 막 떠났다
유영(遊泳)하는
기억들
필리아*의 흔적일까
벤치 아직 따뜻하다
지난밤 떨어진 별을
비둘기가
쪼고 있다
*필리아(philia): 친구나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 사회적 공감이나 교감을 말함.
시작 노트
전동차가 떠나간 오롯한 철길 위에
눈먼 생(生)의 아지랑이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삶에, 사랑에 상처 입은 당신
한참이나 망설이다 떠나갔을 구석진 벤치 곁으로
비둘기 한 마리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다.
지우지 못한 기억의 조각들을 별이라고 하자.
비둘기가 그 별들을 찾아 쪼기 시작했다.
다시 막, 전동차 진입 신호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쿨투라》200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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