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목 시집『해피 만다라』/ 시와에세이/ 2009. 4. 27
생각에 속도가 붙으면 삶에 또다른 풍경이 만들어진다. 일상의 평범한 것들이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내 곁
의 흔한 일들이 낯설고 색다르게 다가온다. '서리에 물든 잎 봄꽃보다 더 붉네'(霜葉紅於二月花)라고 하
듯, 사물의 아름다움은 이파리를 변화시키는 '서리'처럼 풍경을 다르게 하는 그 무엇으로 해서 만들어진다.
- '시인의 산문' 중에서
간혹, 시집 한 권을 읽으며 시와 더불어 시 외의 것들로 부터도 '일갈(一喝)'의 가르침을 받을 때가 있다.
맨발로 자연을 딛으며 걸어가는 듯한 이 시집 속 시편들에서의 감흥에 취하다 보면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합장이라도 하는 듯, '시인의 산문'을 통해 시와 시인 그리고 그것을 보는 내 자신 속에
배인 심로(心勞)들이 잠시 무애(無碍)의 선상 위에 놓여 있다는 어떤 힘(?)을 느끼게 된다.
창작품에서 배어나는 카타르시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서의 내 참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은 시집을 쓴 저자인 시인이 대학에서 철학도들을 가르치는 훈장선생님이어서 일까......♣
▶시인의 약력.
▶시인이 그려 준 사인(sign).
푸른 촛불 혹은 어느 좌선하는 스님의 뒷 모습을 연상케 해 준다.
▶시집은 4부로 나누어 모두 54편의 시편들이 담겨 있다.
▶「꽃 앞에서」(p.11)
꽃 앞에서
최재목
꽃이 없다면 나도 없었을
저 들판 어딘가가 나인 줄도 모르고
그냥 잠들어 있을
저 꽃에게
오늘 묻는다
그 앞에 내가 늘 서 있으면 안 되냐고
나도 꽃이면 안 되냐고
꽃이 핀다는 것은
발을 모으고 서서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
오늘 다시 묻는다
▶「해피 만다라」(pp.70-73).
▶「눈 내리는 날」(pp.94-95).
▶「삶은 먼지이다」(PP.106-107).
▶시인의 산문(pp.119-126)
▶시인의 말(p.127).
▶표사. 김사인(시인, 동덕여대 교수)와 장옥관(시인, 계명대 교수)의 글.
최재목의 시에서 마음은 우주 만물의 근원이다. 천지조화의 율려(律呂)도 오직 마음이 빚어낸 음률에 불과
하다. 심학(心學)의 이치가 그러하니 반평생 양명학의 한 우물을 판 철학자로서 그의 천지현황(天地玄黃) 우
주홍황(宇宙洪荒)에 얼레 풀듯이 마음을 풀어놓고 그 궤적을 쫓아간다.
- 장옥관 시인의 표사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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