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영주시민신문』 2011. 4. 21일자/ 와남의 영주시단〔59〕
겨울 암자
이 원 식
댓돌 아래
떨어진
외짝 고무신 위로
새하얀
눈꽃송이
밤새 소복 쌓입니다
긴 여백
행간行間 띄우는
노스님
기침소리.
이 시는 2005년 3월 『월간문학』 시조부문에 당선된 이원식님의 두 번째 작품집 『리트머스 고양이』(2009년 9월 도서출판 ‘작가’)에 실린 작품이다. 2005년 월간문학 3월, 필자가 심사해서 뽑았다고 해서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해서 안부편지까지 써 보낸 시인의 마음이 반가워서 작품 한 편을 올려보는 것이다.
이원식 시인은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 대학원(석사)을 졸업한 그는 주로 불교적 선시와 철학적 이미지 시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이원식 시인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불교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불교에 대한 지식이나 선의 경지에 발을 깊이 들여놓고 있는 기분이 든다.
시인의 시적자아(詩的自我)는 다분히 ‘여성적’이라고 할 만큼 아주 여리면서 섬세하고 여백이 많으면서 생각할 여유를 많이 갖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자들은 이원식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의 어색하지 않는 자아성찰(自我省察)을 맛보게 될 뿐만 아니라 독자 자신의 불교적 체험이나 의식을 맛보는 간접체험을 얻게 된다.
위의 작품에서 시인은 ‘겨울 암자’를 통해 외로움과 쓸쓸함, 고독과 그리움, 상처와 추위, 어둠과 밝음, 삶과 죽음에 대한 영원성 등을 떠 올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주위의 여럿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죽음은 언제나 혼자인 것이다. 그것은 그것을 대신할 수 없는 영원한 혼자이며 자식이나 부부간이라도 대신할 수 없는 신의 섭리로서 영원한 고독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살아있을 동안이라도 베풀고 또 베풀고 살면서 보시(布施)의 길을 가라는 이치가 아닌가 생각 한다.
와남 박영교(시인, 전.한국 시조시인협회 수석부이사장, 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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