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집/第4詩集·비둘기 모네·황금알, 2013

■《열린시학》에 실린 이원식 시집『비둘기 모네』서평

이원식 시인 2013. 9. 23. 00:03

 

■이원식 시집『비둘기 모네』서평/ 《열린시학》2013. 가을호(pp.338-339)

 

 

 

열린시학 리뷰/ 이송희

 

 

 

              오늘도 참 많이 울었다

 

              풀에게

              미안하다

 

              이 계절

              다 가기 전에

              벗어둘

              내 그림자

 

              한 모금 이슬이 차다

 

              문득 씹히는

              내생(來生)의 별

 

 

                                  - 이원식, 귀뚤귀뚤, 비둘기 모네, 2013

 

 

 

단수라는 짧은 형식 안에 생의 의미를 깊이 묻어 둔 시다. 한 계절 실컷 울다 가는 귀뚜라미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낸다. “오늘도 참 많이 울었다로 시작하는 초장에서 오늘도라는 부사어에는 어제도”, “그제도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온 종일 귀뚜라미의 울음에 부대꼈을 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은 귀뚜라미가 잠시 머물다 가는 현생이며 이 계절은 귀뚜라미가 잠시 머무는 시간이다. “이 계절 다 가기 전에/ 벗어둘/ 내 그림자의 존재 암시를 통해 풀에게 미안하다는 반성을 이끌어내는 이 시는 결국 자아성찰 없이 살아가는 우리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다. “문득 씹히는/ 내생(來生) 의 별에는 한 모금 이슬이 차다로 인식되는, 여름내 울다간 귀뚜라미에 대한 통찰이 내장되어 있다. 이원식 시인은 초침(秒針)이 멈추었다/ 정적(靜寂)/ 오지 않았다// 낮은 욕조 바닥으로/ 또옥 또옥/ 물방울소리// 올 깊은 금선(琴線)이었다// 아주 맑은 경전(經典)이었다”(낮은음자리)에서처럼,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삶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은 것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시인은 지상에 머무는 짧은 순간에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 삶의 어리석은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원식 시인은 이 시편들을 통해 우리가 지나치는 소소한 순간과 작은 사물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가치, 그리고 일상이 되어 버린 우리 삶의 과오(過誤)를 반성하게 한다.

 

 

 

                                                     《열린시학》2013.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