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冊) Gallery

연인/ 정호승

이원식 시인 2009. 2. 1. 00:00

 

        연인(1998).   정호승, 그림 박항률

 

        <풍경 달다>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비바람을 뚫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다.

 

        처마끝엔 물고기가 떨어져 나간 풍경이 달려 있었다.

 

        또 얼마를 날았을까. 비릿한 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한 잎 낙엽으로 썩어

        다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을 사랑하라

 

        시계탑의 바늘은 새벽 두 시를 가리켰다. 서울역 돔 위로 하얗게 초승달이 떠 있었다.

 

        "아니, 이건 운주사 아니에요?"

 

        외로운 사람들은 운주사로 오십시오. 괴로운 사람들은 운주사로 오십시오. 아, 무엇보다도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은 함께 오십시오. 검은 툭눈과 나의 풍경소리를 들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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