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r Camera/디카 스토리·디카 시

중랑천 눈밭

이원식 시인 2010. 1. 3. 00:01

 

 

   새해들어 처음 밟아보는 중랑천.

   하얗다.

   새하얗다.

   산책로 길, 부지런한 사람들의 하얀 발자국들

   새해 새 길을 열고 있다.

 

  "벽에 걸어 두었던 족자를 떼어 내고 빈 벽으로 비워 둔다. 그 빈 공간에 그림 없는 그림을 그린다.

   그 자리에 무엇을 걸어 둘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넉넉하다.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은 여백의 운치를

   누리고자 해서다."                   - 법정스님『아름다운 마무리』중 '자신의 그릇만큼' 에서

                                        

  길가 아직 누구도 딛지 않은 곳,

  소복 쌓인 눈밭 위로 빼곰히 얼굴을 내민 풀.

  마른 풀들.

  한 폭의 수묵화로 다가온다.

 

  하얗게 내딛는 새해.

  발걸음이 가볍다.

  참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