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목이 아팠다.
오한이 들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아니 지금도 조금 아픔이 남아있다.
눈 내리고 돌아보지 못한 동네가 궁금해 잠깐 밖으로 나와 보았다.
큰 도로에는 눈이 많이 녹아 있고, 그늘진 곳에는 아직 그대로 수북히 쌓여있다.
동네 놀이터에는 노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서 인지, 눈이 미끄러워 위험한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문득, 줄지어 노니는 중랑천 물오리가 생각 난다.
오리 한 줄
신현정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末端이라도 좋을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 신현정 시집『자전거 도둑』에서
몇 번의 추위와 몇 번의 흰 눈이 내리면 봄이 올까.
중랑천 "꽥 꽥 꽥" 말간 물에 노니는 물오리가 보고 싶다.
우선, 아픈 목부터 나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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