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r Camera/디카 스토리·디카 시

오리가 궁금해

이원식 시인 2010. 1. 16. 00:17

 

 

한 동안 목이 아팠다.

오한이 들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아니 지금도 조금 아픔이 남아있다.

눈 내리고 돌아보지 못한 동네가 궁금해 잠깐 밖으로 나와 보았다.

큰 도로에는 눈이 많이 녹아 있고, 그늘진 곳에는 아직 그대로 수북히 쌓여있다.

동네 놀이터에는 노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서 인지, 눈이 미끄러워 위험한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문득, 줄지어 노니는 중랑천 물오리가 생각 난다.

  

 

            오리 한 줄

 

                                        신현정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末端이라도 좋을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 신현정 시집『자전거 도둑』에서

 

 

몇 번의 추위와 몇 번의 흰 눈이 내리면 봄이 올까.

중랑천 "꽥 꽥 꽥"  말간 물에 노니는 물오리가 보고 싶다.

우선, 아픈 목부터 나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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