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내내 한 바탕 요란한 비가 내렸다.
덕분에 무더위는 한풀 푹 꺽인 듯, 새벽엔 쌀쌀한 기운 마저 느꼈다.
밤새 불어난 물과 빗방울 맺힌 초록잎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중랑천 흐린 하늘 위로 왜가리 한 마리 날아간다.
문득, '기러기 발에 묶은 편지'라는 의미의 고사성어 '안서(雁書)' 가 떠오른다.
무슨 소식을 안고 날아가는 것일까.
이제 곧 가을을 맞이하려 함인지....
■시조
생(生)의 시울
이원식
하늘에도 강이 흐른다
눈물로 빚은 긴 물결
하늘을 보며
못내 흘린
누군가의
유별(留別)들
지금 막 비친 물비늘
강물 아니
말간 죄
- 이원식 시집『리트머스 고양이』(작가,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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