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r Camera/디카 스토리·디카 시

허난설헌과 가을 편지

이원식 시인 2012. 9. 14. 00:00

 

 

님의 편지를 받고서

 

                                     허난설헌

 

먼 곳으로부터 손님이 오셔서는

님께서 보내셨다고 잉어 한 쌍을 주셨어요.

배를 갈라서 들여다보았더니

그 속에 한 장 편지가 있었어요.

늘 생각하노라고 님께서 말하시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으셨어요.

편지를 읽어가며 님의 뜻 알겠기에

눈물이 흘러흘러 옷자락을 적셨어요.

 

                                   -허경진 엮음『許蘭雪軒 詩選』중에서(p.25)

 

며칠 전 우체국 앞 길을 지난 적이 있다.

신호등 불이 바뀌는 동안 아니, 우체국 앞 우체통을 보느라 한참을 서있었다.

빨간 우체통, 편지, 우표......정겨운 기억.

고추잠자리 한 마리 우체통 위에 날아 앉는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