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문학자료·시집

마경덕 시집『글러브 중독자』

이원식 시인 2012. 11. 5. 00:02

 

 마경덕 시집『글러브 중독자』애지, 2012. 9. 28

 

 

      산 밑을 지나는데

      일제히 나무들이 날고 있었다. 새들에게 날개만 달아주던 나무들이 재재거리며 새떼처럼 울었다.

 

      누가 움켜쥐었다 놓쳤는지,

      이파리들 죄 구겨져 잠시 치솟더니 고꾸라졌다. 위험한 비행이었다. 먼발치에서 올려다본 산의 어깨

 가 수척했다. 바람이 쓸어내린 허공도 우묵했다. 마음을 버린 가을의 손바닥이 버석버석 마르고 있었다.

 

      데구르르 화장실 바닥을 구르는 두루마리, 둥글게 말려 벽에 걸렸던 숲의 기억이 쏟아졌다. 발목과

 바꾼 날개를 달고 화장지는 멀리 달아난다. 나무는 뿌리를 버리는 순간, 어디든 갈 수 있다.

 

      대패와 톱으로 나무를 다듬던 아버지, 바람 부는 날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 마경덕 시인의 시「바람의 유전자」(p.56)전문.

 

 

시집을 펼쳐들고 몇 장을 넘기자 '차례'가 나온다. 그 제목들을 읽으면서 언뜻 어느 동네 한복판 혹은 시장의

거리이거나 도시 외곽의 어느 작은 마을의 이미지가 연상되어지곤 했다.

작품 속에 우리의 삶이 오롯이 배어있다. 마치 일상의 모습을 스냅으로 찍은 사진첩을 보는 기분이랄까.

7년만에 낸다는 시인의 시집을 보며 모종의 감정이입(empathy)이거나 동기부여(motivation)를 진하게 느껴

본다. 

         "바람의 혀가 닿아 죽은 자의 뼈에 구멍이 났다. 먼지가 된 뼛가루는 바람을 타고 그 무덤에서

          나올 수 있다."            -「모래수렁」(p.55) 중에서

 

시인의 시집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시 창작 강의로 바쁘신데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 속에는 모두 65편의 작품이 4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뒤끝」(pp.12-13).

 

 「글러브 중독자」(pp.32-33).

 

 「내성적 식물들」(pp.134-135).

 

 변학수 문학평론가(경북대 교수)의 해설「바빌로니아 유폐 또는 마경덕의 도시」(pp.137-157).

 

표사. 김경민(시인, 한국시문화회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