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소파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3년 7월 9일.
시조단에 큰 별 하나가 떨어졌다.
평생 시조를 지으시며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기시다 향년 102세를 일기로 영면하신 정소파 선생님.
새 시집이 나올 때마다 정성스레 보내드리니 꼭꼭 손수 쓰신 자필 글씨의 엽서를 보내주시어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때마다 무언의 큰 힘이 되곤하였다. 이달에도 새 시집이 나오면 보내드리려고 했었는데......
그저 가슴에 담을 뿐이다.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왼쪽은 시집『리트머스 고양이』가 나왔을 때 보내주신 엽서이고, 오른쪽은 시집『친절한 피카소』
가 나왔을 때 보내주신 엽서이다.
글체에 흔들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힘든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칭찬과 격려를 가득 담아 마음을 표현하셨다.
송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정소파(鄭韶坡) 선생님 약력
1912년 광주 사동 출생.
본명 현민(顯珉). 호 설월당(雪月堂).
1936년 일본 와세다대학 문학과 졸업.
1930년《개벽》지에 시조「별건곤(別乾坤)」으로 당선.
195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설매사(雪梅詞)」로 당선.
1957년 전국백일장 대통령상
한국시조작가 협회. 한국문인협회 전남지부장 역임.
한국시조시인협회 고문. 호남시조문학회 고문.
전남도문학상. 가람문학상. 육당시조창작대상. 한림문학상.
한국향토시 대상. 매천 황현문학상 수상 등.
■정소파(鄭韶坡) 선생님 근작 중에서
죽풍사(竹風辭)
정소파
찬 달빛 금물결져 출렁이는 한밤 대숲
맑은 꿈 깨어 일어 뜨락 바장인다
섞이어 부딪는 잎들 옥패(玉佩) 서로 닫는 소리.
머언 하늘 둘레 영원 거기 아득한 데
굳은 절개로 선 기인 마디 굵은 대숲
스치어 빠져 나가는 옥소(玉簫) 끝에 지는 소리.
내 잠시 멈춰 살다 가는 뜻도 이렇듯이
머물다 가는 바람 향도 맑은 그 내음새
하늘가 소소리치다 옥쇄(玉碎)하듯 자는 소리.
-《문학청춘》2012. 겨울호
사설(辭說)
정소파
내 나이 온 해살이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열여섯
그늘 아래 안기어 이끌리어 아름다운 조국 강산 예 저기 두루
돌아 안 가본 데 빠짐없이 돌고 돌아 다 가보고 그 마저 허탈
한 웃음 절로 나서 먼 하늘 쳐다본다.
이제는 어디로 갈까 망설이여 서있다.
(임진壬辰 신량어무등산록新凉於無等山麓 설월당"雪月堂" 시창하詩窓下)
-《시조문예》호남시조문학회. 2012.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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