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례, 「높은 가을하늘처럼, 얼비친 단시조 무늬 읽기」 《나래시조》 2013. 가을호(p.140)
■단시조 다시읽기/ 이숙례
이 가을 하늘빛은
백목(白木) 위의 쪽빛 눈물
바람 이운 하늘 밖은
어느 계절의 채화(彩畵)일까
한없이
우화(羽化)를 꾸는
지난한 생(生)의
귀거래사(歸去來辭)
- 이원식, 「잠자리가 본 농담(濃淡)」 전문
이원식 시인의 개성적인 사적 메타포를 느낄 수 있는 작품 「잠자리가 본 농담(濃淡)」의 에스프리를 살펴본다.
이 시조의 배경은 사계 중 쪽빛하늘의 가을이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한 가을이다. 만물은 봄과 여름을 거치면서 다듬어지고 걸러지며 가장 자기다운 색깔과 모습으로 여물어져 간다. 저 만물은 화풍지수(火風地水)의 조화로 받아 내린 기(氣)와 유전인자로 변별성을 갖게 된다. 수많은 낱눈을 가지고 있는 잠자리가 본 풍경색은 쪽빛하늘과 백목(白木)의 푸른빛과 흰빛이다. 이 두 가지 빛의 대비는 맑고 청정하며 순수하다. 잠자리가 우화하여 끝내 가 닿을 세계는 청정하고 장엄한 저 맑은 가을하늘을 꿈꾸듯 ‘바람 이운 하늘 밖’의 아름다운 만다라를 보는 듯한 귀거래사(歸去來辭)의 노래로 들린다.♣
《나래시조》201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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