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식 시집,『비둘기 모네』서평/ 《열린시학》2013. 가을호(pp.338-339)
■열린시학 리뷰/ 이송희
오늘도 참 많이 울었다
풀에게
미안하다
이 계절
다 가기 전에
벗어둘
내 그림자
한 모금 이슬이 차다
문득 씹히는
내생(來生)의 별
- 이원식, 「귀뚤귀뚤」, 『비둘기 모네』, 2013
단수라는 짧은 형식 안에 생의 의미를 깊이 묻어 둔 시다. 한 계절 실컷 울다 가는 귀뚜라미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낸다. “오늘도 참 많이 울었다”로 시작하는 초장에서 “오늘도”라는 부사어에는 “어제도”, “그제도”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온 종일 귀뚜라미의 울음에 부대꼈을 “풀”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풀’은 귀뚜라미가 잠시 머물다 가는 현생이며 “이 계절”은 귀뚜라미가 잠시 머무는 시간이다. “이 계절 다 가기 전에/ 벗어둘/ 내 그림자”의 존재 암시를 통해 풀에게 미안하다는 반성을 이끌어내는 이 시는 결국 자아성찰 없이 살아가는 우리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다. “문득 씹히는/ 내생(來生) 의 별”에는 “한 모금 이슬이 차다”로 인식되는, 여름내 울다간 귀뚜라미에 대한 통찰이 내장되어 있다. 이원식 시인은 “초침(秒針)이 멈추었다/ 정적(靜寂)은/ 오지 않았다// 낮은 욕조 바닥으로/ 또옥 또옥/ 물방울소리// 올 깊은 금선(琴線)이었다// 아주 맑은 경전(經典)이었다”(「낮은음자리」)에서처럼,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삶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은 것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시인은 지상에 머무는 짧은 순간에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 삶의 어리석은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원식 시인은 이 시편들을 통해 우리가 지나치는 소소한 순간과 작은 사물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가치, 그리고 일상이 되어 버린 우리 삶의 과오(過誤)를 반성하게 한다.♣
《열린시학》201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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