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시집『지슬리』동학사, 2014. 5. 1
잘려 나간 별들이 발 아래 수북하다
도담한 사과 한 알 등처럼 매달고서
무수한 초록을 넘어 바람 앞에 다시 선다
현란한 수사들을 한꺼번에 버린다
메마른 가지마다 고갱이 돋기까지
파지가 쌓이는 오후 작달비 지나가고
- 정희경 시인의 시조「적과摘果- 지슬리」전문(p.61)
시조를 쓰면서 필요에 의해 외래어 혹은 외국어이거나 생경한 조합어(단어)를 시집 제목 혹은 시어의 어휘
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지만, 몇 해 전만해도 선배 시인들께 시조의 전(정)통성 유무를 이유로 뭇매(?)를 맞아야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스쳐간다. 특히 시집 제목에 외래어를 우리말과 조합
해서 사용했을 때 더욱 그러했었는데(제2시조집 『리트머스 고양이』), 그후 몇 해 지나지 않아 외래어를 사
용한 제목의 시조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문득 적어보는 필자의 회고.
시집 '지슬리'를 펼쳐 본다.
첫 시조집임에도 다양한 어휘의 제목과 시어의 적절한 부림(활용)으로 작품들은 한껏 지(知)와 미(美)를 겸
비하고 있다.
숭어와 센텀시티, 포스트 잇, 스라렝딩(라:ㄹ+아래아), 포스터를 붙이다, 아바타 avatar, AS, 볼록랜즈,
크레도스, 오버랩 overlap....
'지슬리'라는 뼈대가 작품군의 주춧돌과 기둥이 되어 한 채의 가옥, 한 권의 시집으로 시원(始原)의 안식처
를 제공해 주고 있다.
거듭 정희경 시인의 첫 시집 상재를 축하 드리며, 문운 가득 하시길 기원해 본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은 모두 80편의 작품이 5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입춘-지슬리」p.11
「얼음을 조각하다」p.42
「텃밭」p.100
구모룡 문학평론가의 해설「생의 감각과 은유의 매혹」pp.103-116
표사 - 이우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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