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문학자료·시집

김원옥 시집『바다의 비망록』

이원식 시인 2015. 6. 15. 00:02

 

김원옥 시집『바다의 비망록』황금알, 2015. 4. 30

 

 

 

               꽃밭에 채송화들

               순이 자라 꽃이 핀다

               이 꽃이든 저 꽃이든

               같은 모양 같은 향기다

 

               한 송이 꽃이 진다

               또 한 송이 꽃이 진다

 

               한 송이는 땅으로

               한 송이는 하늘로

               바다로

               산으로

 

               그렇게 갈까

               그렇게 가서

               다시 필까

 

               이담에도

               한 뿌리에서 함께 필까

 

 

                          - 김원옥 시인의 시「인연」전문(p.94)

 

 

김원옥 시인의 시집을 펼쳐 본다. 작품의 곳곳에 어떤 원류(源流, springhead)의 호흡이 잠재해 있다.

첫 시집이라 하기에는 오래된 진화(進化, evolve)의 숨결이 느껴지는 시집이다.

시인도 시인의 부군되시는 분도 모두 동문 선배님이시다.

부군이신 이가림 시인께서 병을 앓고 계신다. 오래전 2011년 6월 행문회 모임에서 뵈었었는데 쾌차하셔서

다시 뵙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아래에 얼마전 모 일간지에 실린 시집 기사를 옮겨 본다. 다시금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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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15-05-12 21

 

50년 내 인생이 잔잔한 울림으로40년 동고동락 부부로 산다는 건

 

시인 윤석훈, 폐선암 투병 중 시집 종소리 저편펴내시인 김원옥, 루게릭병 남편 위해 시집 바다의 비망록펴내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두 시인이 있다. 한 시인은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생의 마지막 불꽃을 살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시집을 냈다. 다른 한 시인은 온몸이 굳어가며 온기가 사라져 가고 있다. 꺼져가는 불꽃을 병상에서 바라보는 시인의 아내가 남편 생전 첫 시집을 냈다.

 

----- 중 략 -----

 

김원옥(70) 시인은 시한부 남편의 병상을 지키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봤다. 시집 바다의 비망록’(황금알)에서다. 살아오면서 겪은 마음의 흔적들, 기쁨이나 슬픔 같은 온갖 마음의 변화들을 담았다. 부부의 연을 맺어 40년 넘게 동고동락하면서 겪은 남편에 대한 감정들도 곳곳에 녹아 있다.

 

언제부터였나/우리는 나란히 걸었다/땀 펑펑 쏟아지는/들판 한가운데로 난 철길 위로//(중략) 기차는 이미 지나갔다/아른아른 보이는 저 끝/40년 신은 닳고 닳은 신발 털어 신고/또 가자/곧은 길이라 여기며 걸어온 철로/돌아보니/굽은 허리였네’(내 생의 철길)

 

부부의 삶을 원형 감옥에 비유하기도 했다. ‘숨으려야 숨을 곳이 없는/이 둥근 무덤 속//(중략)당신은 눈으로/나는 귀로 붙잡는/서로는 포로//끝끝내 끊어지지 않는/질긴 생의 그물망’(판옵티콘) 판옵티콘(Panopticon)은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1791년 설계한 원형 감옥이다. 시인은 부부란 서로가 서로에게 감시자가 되기도 하고 죄수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질긴 인연이라고 했다.

 

시인의 남편도 시인이다. 이가림(72) 시인이다.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인하대 불문과 교수를 지냈다. 남편은 루게릭병이 진행 중이다. 2011년 발병했다. 온몸이 마비돼 음식을 삼키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한다.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하고 있다. “나이 들어선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데 희귀하게도 걸렸어요. 대학 정년퇴임 뒤 1, 2년 정도 강의도 하고 했는데 갑자기 발병했습니다. 수술해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 병이 계속 진행돼요. 1년 안에 죽는다는 사람도 있는데 남편은 4년을 버텼습니다.”

 

시인은 2009년 격월간 정신과표현을 통해 늦깎이로 등단했다. 매일 남편 병상을 지킨다.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제 나름의 속도로 살아왔어요. 아이 키우고 남편 내조하고 그러다 보니 등단도 늦었습니다. 옛날의 보통 부부들처럼 살았어요. 남편이 건강해지길 바랄 뿐 다른 건 바라지도 않아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에는 모두 53편의 작품이 4부로 나뉘어 엮어져 있다.

 

「바다의 비망록」(p.12)

 

「가련한 집」(pp.88-89)

 

「내 생의 철길」(p.106)

 

김영승 시인의 발문「시뮬라크르와 PTSD의 무한한 연쇄 사이의 틈」(pp.107-128)

 

표사. - 김영승(시인)

        - 김영탁(시인,『문학청춘』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