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식 시인作 / 누렁이 마음)]
누렁이 마음
이원식
이 생(生)엔 그대에게 다가설 수 없는가
떨어지는 꽃잎하나 위로할 수 없는데
어쩌랴! 두 눈 깊숙이 제 스스로 눕는 풀들
이원식 시집 "누렁이 마음" [모아드림]에서
이 세상의 인연이란 물과 불의 관계처럼 악연이 있는가 하면 그 악연에서도 가장 치열한 삶을 이어 주는 인연이 물과 불 속에 있다. 그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물과 불 사이의 그릇이다 그 그릇은 삶의 통찰로, 삶의 거리를 뛰어 넘은 무념(無念)의 상태로 있어야 한다. 이원식 시인의 정형시조에서는 그러한 무념의 상태로 만난 풀잎과 누렁이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이승의 인연을 가름하고 있다 어쩌면 누렁이 마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인생의 화답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본다. 물이였던 그대나 불이였던 나 사이의 이승의 인연도 무념의 마음 그릇만 존재하면 펄펄 끌어 넘치는 사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무념의 마음 그릇을 가꾸는 일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누렁이가 마음에 담아 두지 못하고 제 스스로 눕는 사이 풀잎은 그 자리가 또 다른 삶의 곳간이라는 것은 예견하였으리라.
- 임영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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