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집/第1詩集·누렁이 마음·모아드림, 2007

시집 『누렁이 마음』표사글/김은령(시인) · 유성호(문학평론가)

이원식 시인 2007. 11. 4. 21:26

[시집 『누렁이 마음』표사글/김은령 · 유성호]

 

 

  이원식의 언어는 직선이다. 그래서 돌리거나 숨겨서 또는 정교하게 계획되어 직조되는 세상살이에서 언제나 튕겨져 나와 부서진다.

부서진 것들은 상처투성이어서 슬프다. 하지만 그의 그 슬픈 것들은 더 슬픈 것들을 위해 분주하다.

  ‘박제된 무당벌레를 칠보단장’시켜 꽃잎으로 날려 보내고, 못나고 흉측한 거미를 ‘전생의 연인’으로 맞이하며, 제 중심을 감추는 조화(造花)에게 다가가 ‘그대 진정 꽃’이라 말을 해준다.

  지금 그는, 난잡하고, 비열한, 통속적인 세상 한복판에 꽃과 새와 바람과 달과 돌멩이들을 한 짐 지고 와서는 수미단을 쌓기 시작했다.

때론 전생으로 돌아가고 싶은 자신의 말(言)들을 ‘이루지 못한 사랑도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달래고 부추겨서 ‘파낼수록 아득한 것’인 생(生)과 조용히 맞짱 한 판 뜨는 것이다.


                                                                                                 - 김은령(시인) 

 

  우리가 잘 알듯이 ‘정형’이라는 형식적 제약은, 일탈과 불화와 부조화보다는 질서와 화해와 조화 쪽을 겨누고 있다. 그 점에서 ‘시조’라는 양식이 견지하는 선험적 골격인 ‘정형’은 섬세하게 지켜져야 하는데, 이원식 시조 미학은 그러한 기율을 잘 지켜내고 있는 세계이다.

  가장 짧은 형식을 통하여 시를 쓰려는, 곧 언어를 부리면서도 언어의 명료함을 방법적으로 부정해보려는 노력은, 이원식 시인으로 하여금 압축과 긴장의 미학에 대한 집착을 견고하게 지켜오게끔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압축과 긴장의 감각은, 언어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언어가 과잉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방법적 전략을 말하는 것이다. 이원식 첫 시집이 보여주는 위의(威儀) 역시 이러한 시조 미학을 정공법에 의해 구현한 성취에서 비롯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 · 한국교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