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r Camera/디카 스토리·디카 시

잠자리와 김치 2007. 8. 30

이원식 시인 2007. 11. 5. 09:58

 아침에 맑을 것만 같았던 날씨가 종일 흐리고, 바람도 세게 불었다.

오후에 산책길 자주 앉던 벤치를 찾았다.

벤치앞 은행나무엔 낡은 어린이용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고,

그 손잡이 위에 잠자리 한 마리가 바람을 피해 앉아있었다.

 여섯 개의 가냘픈 다리로 자전거를 꼭붙들고,

네 개의 날개가 오히려 버겁게 느꼈을 잠자리.

투명하고 가벼운 날개가 때론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일찍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 생각에 마음이 조금 잠겨있었는데,

빼곰히 열린 대문으로 805호 아줌마가 나타났다.

지난 번에 시집(詩集)을 주어 너무 감사했었다며,

맛 없을 거라며 손수 담근 김치 한 종지를 주고 가시는 게 아닌가.

나도 너무 고마워 포도를 잔뜩 싸서 드렸지만 받은 정(情)에 비할 수가 있겠는가.

언젠가는 801호에서 튀김을 주셔서 미안하고 고맙게 먹었었는데...

 

세상이 참 따뜻해서 좋다.

힘들거나 침울하다가도 아무런 조건 없는 따뜻한 정(情)에 순간 울컥해지는...

...따뜻한 이웃들에게 감사한다. 8층 아줌마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