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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10대 시인 선정-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이원식 시인 2007. 11. 23. 09:59

  한국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10대 시인 선정

   -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한국시협(회장 오세영)은, 구랍, 국내 중견 국문학자/평론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10명을 선정하였다.


  한국 시협의 박주택(사무총장)과. 최동호. 정과리 . 이숭원. 이광호. 유성호. 오형엽. 방민호. 문혜원. 홍용희. 이재복 평론가가 참석한 가운데, 선정하는 데 있어서 문단의 외적 요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존 인물의 시인은 제외하고 현장 투표와 추천을 통하여 선정하였다.


  1908년의 <최남선의 신시-해에게서 소년에게서> 를 기점으로 올해로 시사 100년을 맞은 시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시인은 누구일까를 두고 선정한 것이다. 선정 작업은 시인 10명과 시인의 대표작을 추천하고 이들 후보군에서 추천을 받은 순서대로 10대 시인과 대표작을 정하는 순서대로 이루어졌다. 결과, 김소월 <진달래꽃>, 한용운 <님의 침묵>, 서정주와 <동천>, 정지용의 <유리창>,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박시봉방>, 김수영의 <풀>,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 이상의 <오감도>, 윤동주 <또 다른 고향>, 박목월 <나그네>이다.


  김소월 한용운 서정주는 10명 전원이 추천하여 만장일치로 선정이 되었으며 소월의 대표시로는 <진달래꽃> 6표과 <산유화>3표가 경합 진달래 꽃을 선정하고, 만해는 <님의 침묵>이, 미당 서정주는 <자화상, 국화옆에서,동천>이 올랐으나 재 투표에서 <동천>을 미당의 대표시로 선정하였다.

  정지용은 ' 동 시대의 김소월, 김영랑 류의 서정시와 달리 모던한 시적 정서와 언어를 천착한 최초의 시인'이라는 대서 의미를 (이재복), 김수영에 대하여 오형엽은 '시의 예술성과 사회성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려한 시인.으로 평가했으며 백석은 평안도 산골마을의 토속적 정취를 감칠맛 나는 방언으로 표현한 것(이숭원)에   이상은 '한국시단에서 현대의 의미를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추구한 점(정과리)'을 대표시에는 오감도 1호, 절벽,거울이 경합, 오감도의 <제1의 아해>가 결정이 되었다.

  김춘수는 '시를 철학적 사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부분(문혜원)'에 대하여, 윤동주는 '시가 가질 수 있는 정적힌 자기 고백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것'(유성호)으로 대표 후보시는 <서시, 별헤는 밤,간, 또다른 고향> 중에서 <또다른 고향>을 선정하였다.

  박목월은 '현실의 모순과 비극성을 유토피아적 세계에 대한 갈망으로 초극 하고자 한 것에 대하여' 강조하였고 마지막 까지 '박목월'과 경합한 '김종삼'의 '세상에 대한 비극적인 인식을 절제된 언어미학으로 표현한 시세계'에 대하여 경합했으나 박목월로 최종 선정하였다

  10대 시인에 선정되지 못하였으나 버금하는 시인으로는 <김종삼>을 비롯하여, <이상화. 김영랑. 이육사. 김현승. 이용악. 조지훈. 신동엽. 박재삼. 기형도>도 이 분들에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10대 시인 군상의 시인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한다.


 

  *다음은 우리의 최초의 현대시로 평가되고 있는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전문)과 해설이다 ,

  이 시에 대한 평론가들의 의견을 닷붙인다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泰山)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者)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者)가,

지금(只今)까지, 없거던, 통지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의 역시(亦是)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고만 산(山)모를 의지(依支)하거나,

좁쌀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데를,

부르면서 나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者),

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적은 시비(是非)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世上)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世上)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中)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膽)크고 순정(純情)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才弄)처럼, 귀(貴)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少年輩)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소년》1908.11 



[해설]


  이 시는 1908년 11월에 창간된 우리 나라 최초의 종합 잡지인 [소년(少年)] 창간호에 실린 개화기 신체시의 대표작이다. 1련 7행, 총 6련 42행. 3ㆍ4조, 4ㆍ4조의 엄격한 창가 또는 찬송가 형식을 대담하게 깨뜨려 의성어까지 도입한 파격적인 리듬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전래적 사고 습관에서 거의 제거된 어린이와 바다를 함께 내세워 대조시킨 점, 특히 망망한 바다에 도전하는 젊은이의 씩씩한 기상을 고무하는 내용은 망해 가는 국운 속에 힘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양양한 세계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근래 이 시가 <걸리버여행기>(巨人國漂流記) 등 해양소설의 영향이 컸고, 특히 바이런의 <대양>을 모방한 것이며, 그의 새로운 율격도 전통적인 리듬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그의 업적을 비판하는 소리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점을 들어 인정한다 해도 그의 신체시가 한국근대시에 끼친 공헌은 아무도 감히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왜 최남선은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발상을 뒤집어 <소년에게서 해에게>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20세기 문명의 발신자가 아니라 언제나 그 수신자로서 살아온 우리의 비밀이 바로 이 제목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한복이 양복이 되고 한옥이 양옥으로 바뀌는 대양(바다)의 문명 앞에서 우리는 백년 동안이나 소년이었다.


  4ㆍ4 조, 7ㆍ5조 등 자수율의 제약을 받던 개화 가사나 창가는 육당의 이런 류의 작품을 계기로 형태 적 변모를 시도하면서 현대시로의 발전 과도기로 들어간다. 내용면에서도 구시대의 모든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계몽의식과 당대의 시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지은이 : 최남선(1890-1957)

출전 : 《소년》지 창간호 권두시(1908. 11월호)

종류 : 신체시, 계몽시

소재 : 파도

표현 : 의성, 과장, 직유, 열거, 반복법

제재 : 바다와 소년

운율 : 준정형적 내재율(불완전한 정형시), 반복률, 후렴구.

성격 : 계몽적, 청각적, 이상주의적, 민족주의적

주제 :

1. 낡은 제도를 버리고 새 문명을 창조하자(소년 예찬, 격려)

2. 소년에게 기대하는 무한한 희망

 

특징

1. 소년의 굳은 의지, 씩씩한 기상을 노래한 최초의 신체시

2. 편지투의 제목(의인법), 파도소리의 의성어, 정형률에서 벗어난 시의 형식은 모두가 최초의 시도임

3. 매 연 7구씩의 준정형 형식

4. 서정시로서의 정서가 부족함



* 내용 연구


  운율로 볼 때, 한 연만을 가지고 보면 자유시적인 운율이지만, 시 전체로 볼 때에는 각 연마다 같은 음수율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형시가 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정형시에서 자유시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바다와 소년의 의미

- 바다 : 개화된 문화

- 소년 :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새시대의 주인공


구성은 -전 6연(각 연 7행)


1.기

- 제1연 : 바다의 위용과 위력

- 제2연 : 육상의 모든 것을 제압하는 바다의 위력

2.승

- 제3연 : 아무리 위대한 인간들도 겨룰 수 없는 바다의 위력

- 제4연 : 영악한 척, 거룩한 척하는 자들에 대한 조소와 야유

3.전 - 제5연 : 바다와 짝이 될만한 것은 오직 하늘밖에 없음

4.결 - 제6연 : 소년의 바다에 대한 애정과 기대 (주제연)



 * 이 시의 감상과 가치성


  이 시는 종래의 한시(漢詩), 가사(歌辭), 시조(時調), 창가(唱歌) 등의 전통적 외형률을 완전히 벗어나 전해 새롭고 자유로운 형식에 의해 쓰여졌다. 당시의 형편으로 볼 때, 이것은 확실히 대담한 시도였으며, 혁신적이었다. 신체시(新體詩), 신시(新詩)라고 불리었던 이 시는 그 후 우리 나라 자유시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 시의 시사적(詩史的) 가치는 절대적이다.

물론 오늘날의 자유시와 비교할 때, 언어 구사나 기교에 있어서 대단히 유치한 데가 있지만, 현대시와 이 시 사이에 근 70년이란 시간이 가로놓여 있음을 생각하면 납득이 갈 만하다. 그리고 이 시가 우리에게 주는 언어 예술적 감동은 그리 크지 않다 하더라도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할 때, 이 시는 그 시대의 사회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으며, 계몽적인 데가 있다.

바다처럼 순수 무구(純粹無垢)하고 용감 무쌍한 소년들을, 바다의 표정과 태도에 빌어 높이 찬양함으로써 심원(深遠)하고 웅혼(雄渾)한 기개를 갖게 하고, 공명 정대(公明正大)하기를 바라며, 이러한 소년들을 향한 희원9希願)과 애정이 짙게 깔려 있다. (권웅)


  이 시는 각 연을 독립해서 보면 자유시의 형태를 띠지만, 모든 연이 동일한 형식을 반복하고 있어서 전체를 보면 독특한 정형시라고 할 수 있다.

  각 연의 처음과 끝에 표현된 파도 소리는 거세게 밀어닥치는 새로운 세계와 그 문명의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바다는 힘과 순결성을 지닌 인격체로 의인화되어 거침없는 위력과 기개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바다와 소년의 성격을 일치시킴으로써, 구질서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질서를 이룩할 수 있는 존재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신세대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개화만을 강조하고 있어, 현실 인식의 한계가 드러나는 '낙관적 계몽주의'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열강의 이권 각축장이었던 혼란의 개화기 조선에서 문학으로 민중을 교육시킨다는 최남선의 계몽주의적 문학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시이다.

 

  각 연 7행으로 이루어진 6연 시인 이 시는 `바다'와 `소년'이라는 상징적 두 제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텨… ㄹ썩, 텨… ㄹ썩', `텨ㄱ, 튜르릉, 콱' 등의 대담한 의성어와 감각적 심상을 도입하고 있으며,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등의 점층적 표현과 함께 다양한 수사법이 사용되어 기존의 창가나 계몽 가사류와는 다른 `신체시'로 명명되었다.


  1연에서 5연까지는 바다의 절대적 힘과 위력을 청각적으로 변주시켜 온갖 권력과 위인과 허위와 ‘시비(是非)’와 싸움으로 가득찬 세상을 호령하는 바다의 힘찬 기상과 파도소리를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다는 세상 사람들 모두를 미워하나 그 중 하나 `담크고 순정한' `소년'들을 사랑하니, 소년들이 바다로 와서 자신의 장대한 기상을 배우라고 6연에서는 말하고 있다. `바다'는 나 혼자 거룩하다고 하는 자와 `적은 시비'와 `적은 싸움'으로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세상을 비판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집단 공동체의 앞날을 걱정하며, `우리'의 앞날을 책임질 `소년배(少年輩)'에 애정과 기대를 쏟는 최남선의 소망을 알 수 있으며 그의 교훈적이며 관념적인 공리주의적 세계관도 엿볼 수 있다.

최남선이 백성을 계몽시키기 위해 문학을 한다는 계몽주의적 목적의식적 문학관으로 일관한 것은 근대적 자아의식의 결여와 미의식의 결함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새로운 시가 형식과 강건한 남성적 어조로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시화한 것은 근대시로의 출발점으로서 시사(詩史)적 의의가 있다. (해설 : 이상숙)


 

  이 작품은 서구 자유시의 영향을 받아 창작된 최초의 신체시(新體詩)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전대(前代)의 고전시가 형식인 3ㆍ4조 내지 4ㆍ4조의 엄격한 율격을 깨뜨렸지만, 각 연의 대응되는 행의 자수(字數)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창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 연씩 떼어놓고 볼 때는 정형적 자수율을 전혀 갖지 않은 자유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아울러 독자에게 바다의 웅대함을 느끼게 하는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와 같은 의성음(擬聲音)까지 사용하는 파격적 (破格的) 리듬을 창조한 점에서는 근대적 성격을 어느 정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소년》지 창간 당시, 불과 17세이던 육당은 잡지명을 의도적으로 [소년]으로 택하여, 전통 문화와 고유 사상이 몰락해 가는 파산(破産) 직전의 국운(國運)의 현실에서, 조국의 희망과 새 시대의 상징으로서 소년이 나아가야 할 지표를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서도 전래의 사고 관습에서 거의 제외되었던 소년과 바다를 함께 내세우고 대조시켜 망망대해에 도전하는 젊은이의 씩씩한 기상을 고무하는 내용을 역설함으로써 힘과 용기를 잃은 소년들에게 애국적 포부와 미래에 대한 강한 믿음을 심어 주었다.


  모두 6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는 내용상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연부터 5연까지의 첫째 단락은 '바다의 웅대함'을 노래하고 있으며, 둘째 단락인 6연은 민족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소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읊고 있다. 이 작품에서 바다는 권력이나 세속적 부귀 영화에 굴하지 않는 존재를 비유하고 있으며, 순진 무구(純眞無垢)한 소년들에 대한 애정과 함께 그들이 바다와 같은 웅대한 포부를 갖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렇게 바다는 새로운 세계와 문명 개화, 무한한 힘과 새로움의 창조 능력을 상징하고 있으나, 소년과 바다가 지극히 화해 관계로만 놓여 있어 육당이 의도하고 있는 힘과 순결성이 방향을 잃고 있다. 또한 계몽주의적 낙관론이 너무 짙게 깔림으로써 시적 긴장감을 상실하고 말았다는 지적과 함께 최초의 신체시가 아니라는 비판, 그리고 '바이런'의 시, <차일드 헤롤드의 순례>의 모방작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지만, 이 시가 당시 국민적 계몽시로 등장하여 우리 현대시에 끼친 공로만큼은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 시는 서구의 영향을 받아 쓰여진 최초의 신시(新詩)로 손꼽혀지고 있는데, 오늘날 신시의 역사는 이 작품에서부터 기산(起算)되고 있다.


  서구의 사상과 예술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이전, 우리의 시가(詩歌)는 그 기본율이 3ㆍ4조, 4ㆍ4조, 7ㆍ5조 등을 중심으로 한 외형률, 또는 자수율(字數律)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것이 이 작품에 이르러서는 그 첫머리에서부터 ‘텨……ㄹ썩, 텨……ㄹ썩, 텨ㄱ, 쏴……아’로 대담한 의성법(擬聲法)이 도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또는 ‘태산(泰山)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등 외형률과 자수율이 동시에 격렬한 파격을 이룬다.


  이와 같은 형태의 개혁은 옛 시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에 유학했던 육당이 거기서 접한 서구의 영향을 받아 쓴 기념비적 작품으로 현대시사(現代詩史)의 서두를 장식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다가 이 시의 주제가 되어 잇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이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시가의 소재는 산수(山水)에 있었고, 바다는 없었다. 그런데 육당은 바다를 시의 주인공으로 삼아 바다로 하여금 소년들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썼다. 바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통해 새시대의 눈을 열고, 우리도 세계로 진출해 보자는 애국심이었을 것이다.


  당시에 ‘소년’이란 개념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잡지의 이름도 ‘소년’이었다. 나라가 기울고 전통적인 사상과 문화가 파산당하고 있던 당시에 육당 자신이 17세의 소년이었거니와 ‘소년’은 조국의 희망이요 새시대의 상징이었다.


  결국 이 시는 우리 민족의 선구자로 그 사명감에서 쓰여진 육당의 이른바 조선주의(朝鮮主義)ㆍ계몽주의(啓蒙主義)ㆍ이상주의(理想主義)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과도기적 형태의 시가였던 만큼 예술적 측면은 지극히 모호하고 불안정한 것이며, 정형률을 파격하였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자유시도 되지 못한다. 과도기의 선구자가 지닌 애국적 포부와 미래의 희망을 담은 시대적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할 작품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 작품은 우리 나라 최초의 자유시로서, 역사적 의미에선 기념비적인 시다. 무엇보다 그때까지의 시의 외형률을 깨뜨리고, 완전히 자유로운 형식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시는 의의를 갖게 된다.


  이 시에 대해서는 의논이 분분하다. 과거의 우리 나라 정형시의 율격과 새로운 자유시와의 과도적 형태라느니, 일본의 신체시의 영향을 받았다느니, 심지어는 영국 tlk인 바이런의 바다를 주제로 한 시풍과 비슷하다느니, 연구가의 말들이 많지만, 그것은 시사(詩史)에 맡길 일이고, 이 시의 언어 조직 형태에만 국한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각 연에 반복되어 붙여진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또는 ‘튜르릉, 콱’의 어떤 정형적인 음률 이외에는 이 시는 한국 최초의 자유시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형시의 보편적인 율격인 7ㆍ5조나 3ㆍ4조 혹은 4ㆍ4조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초의 현대적 시 치고는 너무도 자유로워 구어체로 흐른다고 생각되고, 이 시의 표현을 오히려 조잡하게 만든 이유이며, 결점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이 시의 매 행의 음수(音數)들은 거의 모두가 7ㆍ5조에 비슷하지도 않고, 4ㆍ4조에 비슷하지도 않다. 외관상 행을 가르기만 하였을 뿐, 오히려 지나치게 구어적(口語的)이고 산문적이다. 이러한 예를 실지로 들면,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던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육상에서 아무리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나의 큰 힘 아니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 등이고, 이 박에도 거의 모든 표현이 이런 식이다.


  이러한 구어식 산문투의 거침없는 표현 때문에 이 시는 시로서는 매우 거칠고 유치한 인상까지 주게 되며, 엄격히 말하자면, 이 시는 형상화 이전의 소재의 세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60년 후의 시적 안목으로 이 작품을 대하는 비평이다. 60년 후에 하기 쉬운 것도, 60년 전에 처음으로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상의 미숙과 조잡에도 불구하고 이 시에는 근대적 계몽사조에 입각한 애국적 포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바다와 같이 넘치고 있다. 그만큼 이 시는 근대성과 사회성을 짙게 간직하고 있으며, 개화 초기의 시로서는 당연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서정시의 참다운 면목은 그 내용의 일반적인 사회성에 있기보다도 개인적인 내밀(內密)한 정서나 독특한 주관에 있다는 것을 여기서는 단지 지적하여 둘 뿐이다. (김현승)


 

* 이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이설과 비판

가. 최초의 작품성 에 대한 고찰


(1) 이 작품은 육당의 최초의 작품은 아니다. 《소년》6호(1909년 4월호)에 <구작(舊作) 3편>이 발표되었는데, 이 작품은 발표만 1년 늦었을 뿐 실제로 작품이 쓰여진 것은 1년이 빠른 1907년이 된다.


(2) 뒤늦게 이승만(초대 대통령)의 <고목가(枯木歌)>가 발견되었다. 1896년 배재학당에서 나온 『협성회보』에서 발견된 것으로, 만일 이를 최초의 신체시로 본다면 12년이나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나. 신작(新作)인가, 모작(模作)인가 에 대한 이설


(1) 바이런의 <차일드 해롤드의 순례(Child Harold's Pilgrimage)>(1812)의 끝 부분 즉 <대양(大洋.The Ocean)>의 번안(飜案)에 가까운 것이며, 이는 [소년] 3년 3호에 원시(原詩) 대조가 나온다는 사실로도 증명된다. 그 일부를 소개하면,

The armaments which thunderstrike the walls(돌로 지은 성벽을 벼락같이 치고)

ofrock-built cities, bidding nations quake(모든 나라들을 떨게 만들고

Monarchs tremble in their capitals(군왕들을 수도에서 떨게 하는 무기들)

………………………………

These are thy toys.(이것들은 너의 장난감이다.)

그리고 육당이 바이런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를, 첫째 양자가 모두 6연으로 되어 있다. 둘째 바이런의 제4연과 육당의 제3연이 너무도 흡사하다. 셋째 두 시 모두가 끝 연에 소년이 나온다는 것이다.(이재호ㆍ김용직ㆍ김윤식ㆍ조윤제)


(2) <텨……ㄹ썩, 텨……ㄹ썩, 텨ㄱ,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는 싯구는 테니슨의 를 연상시킨다. ‘break'라는 동사는 ’부서져라‘는 명령문인 동시에 파도의 부서지는 소리가 ’브레이크‘라고 들린다는 의음어(擬音語)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래서 의음어로만 취급하여 ’철석 철석‘으로 번역한 사람도 있다.


* 작품의 형식분류와 신체시에 대한 이설


(1)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완전한 의미의 자유시가 되지 못한다. 이 작품의 각 연을 따로따로 보며느 종래의 그 어느 시가도 지닐 수 없었던 파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ㆍ2ㆍ3 등 번호가 붙어 있는 각 연의 대응되는 자수율을 조사해 보면 그 자수는 의외로 또 같다. 자유시란 살뜰한 포에지의 연소(燃燒)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예술적 차원, 시만의 발성(發聲)을 찾아낼 수가 없다 (정한모)


(2) 이 시는 치졸하고 불완전한 모방작이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란 싯구는 고소(苦笑)를 금치 못한다. 태산이면 태산이고, 높은 뫼면 높은 뫼이지 같은 말을 되풀이하여 직유법을 썼다. (조윤제)


(3) 육당의 소박한 주제 의식은 기법의 바라이어티나 주제의 승화라는 예술적 조탁(彫琢)의 세계를 버릴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갔다.(박동규 선생)


(4) 엄격한 의미에서 신체시란 존속한 바도 없고, 또한 존속할 필요도 없었던 명목상의 명칭에 불과하다.(김윤식ㆍ김현)


(5)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발표 당시 ‘시’라고만 표시되었을 뿐 육당이 서명하지 않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육당작이라고 단정하고 신체시, 혹은 신시의 효시라 보아오는 한국 신문학사의 통념은 육당의 잘못이 아니라 몇 사람의 문학사가(文學史家)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 듯하다.(김윤식)


(6) 신체시가 곧 현대시라고 말하기에는 그 표현의 기교 수준, 결구(結構)들이 너무도 미숙하여 현대시로서 대접하기가 어렵다. 결국 한국 현대시의 기점(起點)은 육당ㆍ춘원의 초기 신체시의 훨씬 뒤인 1920년 전후로 잡아, 곧 10년이 내려와야 한다. (박두진)



* 조남익 선생의 이야기


이상 보아 온 바를 요약하면,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① 바이런의 시 영향을 받은 바가 불소(不少)한 모작(模作)이고, ② 그 작품 자체로서도 예술적 가치가 희소(稀少)한 편이며, ③ 다만 한국 시가상(詩歌上)의 혁신적 의미는 부정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모든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육당의 신체시가 당시 국민적 계몽시로서 등장, 한국 근대시에 끼친 공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조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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