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冊) Gallery

마음이 불어가는 쪽

이원식 시인 2008. 11. 14. 21:32

 ▶감태준 시집『마음이 불어가는 쪽』 현대문학사,1987. 8

 

때로는 옛 시집이 보고싶을 때가 있다.

책장에서 무심히 끄집어낸 시집 한 권.

감태준 선생님의 시집이다.

시집에서 시 「빨래1」을 펼쳐 본다. 

역시 아름다운 시...♣

 

 ▶시 「빨래1」(p.28), 우측 페이지 그림은 장욱진의 「무제」.

 

  

  

       빨 래 1


                             감태준



   젖은 것은 빈틈없이

   빨랫줄에 널린다, 집들이 살지 않는 언덕에서

   풀 깎인 빈터에서


   우리는 하나같이 물든 자도 하나같이

   드러난 색깔은 모두 지워져

   정말 그러합니다

   누구도 모르는 냇가에서

   우리는 희게 빨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늬가 아니라 선이 아니라,

   빨랫돌에 문드러진 얼굴과 얼굴

   때로는 비에 젖어 비에 우는 마음뿐,


   정말 그러합니다

   때가 덜 빠진 친구는

   냇가에 아직 쌓여 정든 때를 털리고,

   우리는 냄새나는 바람에 시달리는 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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