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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운 시조집『꽃들은 하고 있네』

이원식 시인 2009. 10. 11. 00:00

 

   백이운 시조집『꽃들은 하고 있네』東芳, 2006

 

 

            매화차 聞香

 

                                백이운

 

          잠들었던

          매화 한 잎

          찻잔 속에 깨어난다

 

          적막도

          무심히 비운

          무채색 물의 무늬

 

          신들이 마련한 향을

          숨 멎도록

          훔쳐본다

 

 

 단아한 모습의 시들은 역시, 언제나 단아한 모습의 백이운 선생님을 닮아 있다.

 모처럼, 문향(聞香) 가득한 시조의 세계에 취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음악, 미술 등 예술의 진정한 멋과 격 그 모든 것이 작품 속에 어울어져 피어나길 말씀하시는

 백 선생님의 작품을 읽고 또 읽어 본다.

 문득, 난향(蘭香) 짙은 선방(禪房)에 머물고 있는듯한, 그리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한 권의 아름다운 시집이다.♣

 

 백이운 시인의 약력. 금년(2009년)에는 제7회 '유심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백이운 선생님께서 써 주신 사인.

 

 시인의 말(p.5)

 

 차례(pp.6-9). 모두 101페이지에 7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의 방」(p.27).

 

 「푸른 강」(p.29).

 

 「꽃들은 하고 있네」(p.64)

 

 

             꽃들은 하고 있네

 

                                             백이운

 

       산 자와 죽은 자가 한 획으로 나뉘어

 

       울음의 끈을 놓지 못하는 벽제 하늘 지나면

 

       화두를 타파한 듯이 열리는 적멸의 땅.

 

       죽은 자를 위하여 초목은 눈부시고

 

       연등은 붉게 타 그 초록 달래는 걸

 

       이제야 알 나이인가, 등줄기가 따뜻하네.

 

       적막도 깨뜨려질 때 향기로운 법 같아서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나, 그대를 보겠네

 

       轉生의 아름다운 체험 꽃들은 하고 있네.

 

 

 

 해설, '聞香의 시학과 여정'-정수자 시인(pp.85-101)

 

 시인의 관심은 갈수록 근원적인 세계 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일상도 많이 다루지만 모성이 지닌 본원이나 불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세상 읽기가

 작품의 주조를 이룬다. 그 때문인지 우주 제행에서 무슨 기미를 잡은 듯한 작품도 종종 보인다.

 또한 아픈 세상을 향해 몸과 마음을 낮추는 행위도 심도 있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 정수자 시인의 '작품해설'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