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운 시조집『꽃들은 하고 있네』東芳, 2006
매화차 聞香
백이운
잠들었던
매화 한 잎
찻잔 속에 깨어난다
적막도
무심히 비운
무채색 물의 무늬
신들이 마련한 향을
숨 멎도록
훔쳐본다
단아한 모습의 시들은 역시, 언제나 단아한 모습의 백이운 선생님을 닮아 있다.
모처럼, 문향(聞香) 가득한 시조의 세계에 취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음악, 미술 등 예술의 진정한 멋과 격 그 모든 것이 작품 속에 어울어져 피어나길 말씀하시는
백 선생님의 작품을 읽고 또 읽어 본다.
문득, 난향(蘭香) 짙은 선방(禪房)에 머물고 있는듯한, 그리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한 권의 아름다운 시집이다.♣
백이운 시인의 약력. 금년(2009년)에는 제7회 '유심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백이운 선생님께서 써 주신 사인.
시인의 말(p.5)
차례(pp.6-9). 모두 101페이지에 7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의 방」(p.27).
「푸른 강」(p.29).
「꽃들은 하고 있네」(p.64)
꽃들은 하고 있네
백이운
산 자와 죽은 자가 한 획으로 나뉘어
울음의 끈을 놓지 못하는 벽제 하늘 지나면
화두를 타파한 듯이 열리는 적멸의 땅.
죽은 자를 위하여 초목은 눈부시고
연등은 붉게 타 그 초록 달래는 걸
이제야 알 나이인가, 등줄기가 따뜻하네.
적막도 깨뜨려질 때 향기로운 법 같아서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나, 그대를 보겠네
轉生의 아름다운 체험 꽃들은 하고 있네.
해설, '聞香의 시학과 여정'-정수자 시인(pp.85-101)
시인의 관심은 갈수록 근원적인 세계 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일상도 많이 다루지만 모성이 지닌 본원이나 불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세상 읽기가
작품의 주조를 이룬다. 그 때문인지 우주 제행에서 무슨 기미를 잡은 듯한 작품도 종종 보인다.
또한 아픈 세상을 향해 몸과 마음을 낮추는 행위도 심도 있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 정수자 시인의 '작품해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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