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r Camera/디카 스토리·디카 시

뒤돌아보면...

이원식 시인 2010. 6. 2. 00:24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예전을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 둔 보물을 세목(細目)과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다. 그리고 기계와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사람은 그가 팔순을 살았다 하더라도 단명한

사람이다.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

며 나날이 적고 착한 일을 하고, 때로 살아온 자기 과거를 다시 사는 데 있는가 한다."

 

                                                                                             - 피천득『인연』중 '長壽'에서. 샘터사, 2000(p.85)

오랜만에 비친 파란 하늘.

이른 아침 찾아간 중랑천 산책로길.

물가엔 새벽비 온 뒤라서인지 풀들이 자라나 숲을 이루고 있다.

여전히 물오리들은 고기를 찾느라 물가를 뒤척이고,

맞은편 자전거길옆 꽃밭엔 붓꽃들이 이슬에 젖어 있다. 

얼마쯤 걸었을까...걸어가다 문득 뒤돌아보니...

아주 작고 곱게 핀 계란꽃.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조금은 어색하게

솔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