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붉게 갈앉은 건
낙엽 아닌 심장입니다
늙은 감나무 곁에 앉아
달을 보는 고양이
잊혀진
그대 얼굴을
떠올리나 봅니다
-이원식의 시조「오래된 눈금」전문
바람이 거세고 손이 시리고 새들 마저 보이지 않는 길.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할 일이 잔뜩 있음에도 마치 먼저 하지 않으면 않 될 것처럼
산책길을 나섰다.
바람의 길을 따라 고개를 비껴주는 갈대들.
그리고 얼마 전 마주했던 벤치 옆 나무.
이미 나뭇잎들 지고 없다.
이젠 입김 마저 삼켜버린 나무들.
살며시 얇은 가지를 흔들어 준다.
이제 다시 다 비우고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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