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r Camera/디카 스토리·디카 시

겨울 나무가 주는 메세지

이원식 시인 2010. 11. 28. 00:00

 

 

 

  온통 붉게 갈앉은 건

  낙엽 아닌 심장입니다

 

  늙은 감나무 곁에 앉아

  달을 보는 고양이

 

  잊혀진

  그대 얼굴을

  떠올리나 봅니다

 

              -이원식의 시조「오래된 눈금」전문

 

 

바람이 거세고 손이 시리고 새들 마저 보이지 않는 길.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할 일이 잔뜩 있음에도 마치 먼저 하지 않으면 않 될 것처럼

산책길을 나섰다.

 

바람의 길을 따라 고개를 비껴주는 갈대들.

그리고 얼마 전 마주했던 벤치 옆 나무.

이미 나뭇잎들 지고 없다.

이젠 입김 마저 삼켜버린 나무들.

살며시 얇은 가지를 흔들어 준다.

이제 다시 다 비우고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