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내 작품평·해설

■제2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작「하적(下跡)」, 심사평, 소감

이원식 시인 2011. 2. 28. 00:00

제2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작

 

 

 

                        하적(下跡)

 

 

                                            이 원 식

 

 

                     흰 꽃의 정령(精靈)들이

                     밤새 몸 낮춥니다

 

                     새 아침 천변(川邊) 눈밭

                     하얀 만다라 위로

 

                     총총총

                     생(生)을 가르는

                     물오리의

                     발자국

 

 

 

 

심사평

 

  이원식 시인의 <하적>은 행간에 많은 말을 감추어야 하나 그 감춘 말로 인해 독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하는, 삭힘의 과정을 거친 단시조 미학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적>은 천변 눈밭에 찍힌 물오리의 발자국을 보며 몸을 낮춘 그것이 곧 진리인 만다라가 되고 생은 그 위에 발자국을 놓는 것이라는 잠언과도 같은 겸허의 깨달음을 간명하게 잘 포착하고 있다.

 

                                                                본심위원 : 한분순, 조영일, 김복근, 백이운, 김일연, 문무학

■수상소감

 

  '시조의 정수는 단수(單首)'라는 이야기를 늘 귀에 익숙하게 들어왔습니다. 단수가 우리나라 고유의 시가(詩歌)임과 동시에 가장 변별력이 강한 운문이라 생각하여 처음부터 단수만을 선택하고 써왔습니다. 자유시와 현대시조 속의 단수라는 경계를 명확히 하기위해 이론서나 작법 등 실질적인 텍스트북을 찾으려 제 좁은 시야에서 분주히 애를 써 보았으나 결코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하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쓰면 쓸수록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단수만의 특수성, 단수만의 매력과 소중함에 더욱 깊이 빠져드는 것을 거듭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 너무도 많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단수로서 작품을 인정해주시고 큰 상을 주셨습니다. 그 기쁨은 물론 그 기쁨 속 거대한 격려의 손이 어깨를 두드려 주시는 듯 합니다. 겁 없이 불가마에 뛰어드는 도공처럼 시조 또한 장인의 정신으로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출수록 깊이와 멋이, 격과 세련미가 더해가는 단수 작품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퇴계 선생의 후손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문학상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늘 주변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는 선생님들과 선배님들, 시우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