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집/第3詩集·친절한 피카소·황금알, 2011

■이원식 시집『친절한 피카소』표사(4)글

이원식 시인 2011. 5. 6. 00:02

 

  

 

 

■이원식 시집 친절한 피카소표사(4)글

 

 

 

만다라의 품을 가진 친절한 피카소를 읽어내는 기쁨. 이원식의 작품세계는 동양의 불교철학을 아우르는 높고 깊은 서정성에 흥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불가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해조음(海潮音)으로 비유한다면 통문불(通門佛)을 꿈꾸는 그의 시조는 궁극적으로 무언가(無言歌)의 경지다. 작품을 읽다보면 눈물이 마를 때까지 떠도는 꽃잎 한 장이 늘 어른거린다. 한자리에 마주한 꽃과 눈물이 고즈넉이 시를 위무하다 마침내 눈물꽃을 피우기도 하고 꽃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스물 한 살의 눈길로 불혹의 옷을 여미면서 듣고도 아니 들은 듯, 보고도 아니 본 듯 오늘도 종로 혹은 혜화동을 걸으며 유쾌한 품앗이로 세상과 소통 중이다. 보내지 못한 달빛과 허기를 달랜 별 몇 개를 부려놓는다지만, 공부자孔夫子가 시 삼천 편 가운데 삼백 편을 간추려 시경(詩經)을 내던 산시(刪詩)정신을 바탕에 두었음이 역력하다.

                                                                                                                                                                   - 이승은(시인)

 

 

이원식 시인의 제 3시조집 친절한 피카소를 관류하는 그의 시의 고독과 정신 그리고 성취는, 시 이전의 시. 시 이전의 생. 그리고 그보다 앞장머리에 서 있을 만물을 향한 관용과 사랑에 관계하는 지극정성의 '말의 집'일 것이다. 생의 낮은 자리를 배회하는 그의 심성이 자리한 한 편의 시조에도 여전히 그가 맺혀있다. 알겠다. 아름답다는 말은 어떻게 오고, 그 속에는 적당한 음영, 적당량의 애련 또한 미망처럼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 정윤천(시인)

 

이원식 시인의 세번째 시집 『친절한 피카소』를 시화일치론(詩畵一致論)으로 요약해 보면 무언사(無言寺)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바라밀다와 생사의 세계 가운데 통문(通門)을 두고 불문(佛門)과 선도(仙道)의 공간이 내통하고 있고 애련의 꽃밭에서 흐드러지게 꽃 피우는 인간사가 있다. 통문을 통해서 피안의 푸른 종소리로 미생未生들이 금선탈각(金蟬脫殼)하듯이 시인은 말 없음으로 하여, 원래 말이 수행되어 기껏 도달해야 할 도착점을 넘어, 이상계의 언어까지 심상으로 건드린다. 이것이 이원식 시인의 무언가(無言歌). 그리하여 시인은 결연한 지절(至切)함으로 음영에 갇힌 달빛을 엮기도 하고 미망의 저민 시어들을 영롱한 아침의 이슬로 만드는 마법사이기도 하다. 꽃보다 꽃이 진 자리를 꽃으로 보는 시인은 눈물도 많지만 꽃이 새가 되고 새가 꽃이 되는 연기(緣起)의 꽃을 미리 보기도 한다. 새들이 낮달을 쪼아 물며 날아가자 아픔의 자리에 눈물의 흔적은 극명(克明) 황홀경(怳惚境)으로 인도한다.

 

                                                                                                                                    - 김영탁(시인, 『문학청춘』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