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생의 굴절, 11월의 윤리학」중에서《시조세계》2011. 겨울호(pp.147-148).
생의 굴절, 11월의 윤리학
이민호(시인, 문학평론가)
이원식이 좌절시키려는 패러다임은 '지난한 생(「잠자리가 본 농담」에서)' 이며, '업(「견화」에서)' 이며, '싸늘한 눈길(「연등회 만다라」에서)' 이며, '벌레(「절집 비둘기」에서)'의 생이다. 이 모두 현생에서 겪는 삶의 역정이다. 노장적 사유에서 순간에 불과한 이러한 패러다임은 '우화'의 과정을 거치며, '무애'의 공간에서 '화신불'로 존재론적 변화를 성취한다. 이는 '한 줌의 바람'과 같은 무소유의 중립적 차원이다. 그러기에 시인은 다음 시에서처럼 재생을 도모한다.
꽃밭에 잠든 영혼을
중랑천에서 보았다
아닐 텐데 하면서도
문득 핑 도는 눈물
폴폴폴
천변(川邊) 길 따라
손짓하는
호접화(胡蝶花)
- 이원식, 「화관(花冠)을 쓴 나비」전문
이원식은 '호접화'의 형상에서 이분법적 분리의 사유를 극복한다. 이제 시인은 나비이면서 꽃이다. 이 분리되지 않은 총체적 세계의 추구를 통해 현실의 애잔함이 삭제되고 있다. 그러므로 '중랑천변'은 어제의 경직된 패러다임 속에 갇힌 공간이 아니라 새롭게 열린 삶의 공간으로 변화되었다.
《시조세계》2011. 겨울호 - 집중조명 소시집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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