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세상.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
나무들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그 눈 맞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도무지 모르겠다.
해가 저물 무렵 눈이 그쳤다.
가로등 하나 둘 밝혀지고
문득 돌아 본 세상.
거대한 도량(道場)이다.
■시조
겨울 화두(話頭)
이원식
안거(安居)에 든 고목들
게(偈)를 읊기 시작했다
범천(梵天)과
제석천(帝釋天)
가시던 길
멈춰 서서
새 하얀
목련 한 송이
던져주고
갈 때까지
- 이원식 시집『리트머스 고양이』(작가,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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