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시집『비빔밥에 관한 미시적 계보』리토피아, 2012. 12. 25
잎 지는 환절기엔 바람도 서문(序文)이 길다
은유가 먼저 밟히는 늙은 절집 뜰에 들자
희귀본 겉표지인 듯 고이 닫힌 꽃살 창호
소목장이 손끝에서 꽃송이로 환생하신
춘양목 온기 돌아 염화미소 그윽하다,
오방색 수사(修辭)쯤이야 잊고 산 지 하마 오래
묵언에 든 불립문자 생략된 서술어는
적막의 잇자국인지 느낌표만 얼얼하다
만연체 지순한 문장, 읽을수록 심연인데
한 세상 풀벌레소리 달빛에 젖든 말든
귀 닳은 장경(藏經)바다 밑줄 친 행간에 핀
화엄의 꽃밭이라니, 청빈의 그 향기라니!
- 박해성 시인의 시조「꽃살문 독후감」전문(p.24)
"한국의 시조가 장구한 세월 전원시 내지는 목가시의 범주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듯이 박해성
은 정형시의 규약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자유를 구가하는 시인"(p.133)이라고한 이승하 시인의 해설 중 일
부를 상기하며 다시금 시집을 펼쳐 본다.
「A4용지에 관한 단상」,「프라이드 치킨」, 「과일이 있는 정물화」,「무기여 잘 있거라」......일련의 작
품 제목에서 뿐만이 아니라 각 작품의 시어 선택에 있어서도 진부하거나 기존 시조에서 반복되는 시풍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의 노력이 부단했음이 역력하며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시조가 제목에서이든 내용에서 사용한 시어이든 기존 시조의 답습이기 보다는 흔히 말하는 개성이 강한 진
한 색채의 독자적 시조이기를 개인적으로도 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것이 현대시조가 딛어야할 바람직한 길
이 아닌가 싶다.
다만 시집을 읽고서, 모두 82편의 작품 중에서 단시조를 볼 수 없음(「콜라주」도 두 수로 이루어진 작품으
로 읽혀진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에는 모두 82편의 작품이 4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A4용지에 관한 단상」(p.15).
「헌화, 헌화가」(p.30).
「날아라, 돌고래」(p.116).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의 해설「인터넷 시대에 밤새 언어의 실험실을 지킨 다는 것-박해성의 시세계」
(pp.119-140)
표사. -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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