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례 시집『혹시나』2013. 12. 6, 삶창
마흔 지나자 내게도 손님이 찾아왔다
위아래 사이좋게 나란히
그러나 본래 약한 녀석들은 아니라 하니
잘 모시고 잘 사귀어 보기로 했다
손님들도 때로는 기침 큼큼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발자국 소릴 냈다
유방 한쪽이 찌르르―
예리한 날에 찔린 듯 아파온다거나
종종 허리가 시큰 아랫배가 묵직해지곤 했다
내 안에 무언가 돋아나 단단해지고 있다는 거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내생의 환幻들이다
또 다른 세상과 눈 맞출 궁리나 하면서
새끼 치고 싶은 욕망에 들끓는 짐승처럼
사십여 년 내리 굴려온 몸이
이제 나를 부리고 가겠다는 신호
혹시나, 우주 너머
잃어버린 나에게 건너가는 환지통은 아닐까
꾀병과 엄살을 섞어 시시로 날 주저앉힐 때마다
갓 태어나 아가 어르듯
행동거지 조심해졌다 말투 더욱 겸손해졌다
멀리 계신 엄마에게 전화하는 날 많아졌다
- 함순례 시인의 시「혹시나」전문(pp.32-33).
아이보리색 시집 표지를 펼치면 표지색 만큼이나 밝고 정감있는 시들을 만나게 된다.
「엄마와 열흘」,「혹시나」,「진이부작(陳而不作)」그리고 「목숨값」쯤 읽을 무렵, 아무도 없는 등 뒤와
창문 밖 푸른 하늘을 한 번 바라보게 된다.
「순례기」,「바깥이 불편하다」그리고「무석사」.
새해 사람의 품이, 손때가 가득한 그래서 자꾸만 생각케 하는 시집을 읽어 본다. 다시 읽는다.
이 절은 세상에 없는
내 마음에 지은 절이라네
- 「무석사」부분(p.97).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에는 모두 55편의 작품이 4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맛의 처소」(p.13).
「진이부작(陳而不作)」(pp.42-43).
「무석사」(p.97).
최은숙 시인의 해설「생의 주름에 소심(小心)한 대모(代母)의 시」(pp.100-120).
표사. 이정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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