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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례 시집『혹시나』

이원식 시인 2014. 1. 13. 00:02

 

 함순례 시집『혹시나』2013. 12. 6, 삶창

 

 

 

마흔 지나자 내게도 손님이 찾아왔다

위아래 사이좋게 나란히

그러나 본래 약한 녀석들은 아니라 하니

잘 모시고 잘 사귀어 보기로 했다

손님들도 때로는 기침 큼큼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발자국 소릴 냈다

유방 한쪽이 찌르르―

예리한 날에 찔린 듯 아파온다거나

종종 허리가 시큰 아랫배가 묵직해지곤 했다

내 안에 무언가 돋아나 단단해지고 있다는 거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내생의 환幻들이다

또 다른 세상과 눈 맞출 궁리나 하면서

새끼 치고 싶은 욕망에 들끓는 짐승처럼

사십여 년 내리 굴려온 몸이

이제 나를 부리고 가겠다는 신호

혹시나, 우주 너머

잃어버린 나에게 건너가는 환지통은 아닐까

꾀병과 엄살을 섞어 시시로 날 주저앉힐 때마다

갓 태어나 아가 어르듯

행동거지 조심해졌다 말투 더욱 겸손해졌다

멀리 계신 엄마에게 전화하는 날 많아졌다

 

                                                  - 함순례 시인의 시「혹시나」전문(pp.32-33).

 

아이보리색 시집 표지를 펼치면 표지색 만큼이나 밝고 정감있는 시들을 만나게 된다.

「엄마와 열흘」,「혹시나」,「진이부작(陳而不作)」그리고 「목숨값」쯤 읽을 무렵, 아무도 없는 등 뒤와

창문 밖 푸른 하늘을 한 번 바라보게 된다.

「순례기」,「바깥이 불편하다」그리고「무석사」.

새해 사람의 품이, 손때가 가득한 그래서 자꾸만 생각케 하는 시집을 읽어 본다. 다시 읽는다.

 

            이 절은 세상에 없는

            내 마음에 지은 절이라네

 

                                                 - 「무석사」부분(p.97).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에는 모두 55편의 작품이 4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맛의 처소」(p.13).

 

「진이부작(陳而不作)」(pp.42-43).

 

 「무석사」(p.97).

 

 최은숙 시인의 해설「생의 주름에 소심(小心)한 대모(代母)의 시」(pp.100-120).

 

표사. 이정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