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혜 시집『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천년의 시작, 2014. 4. 21
엄마의 다리에는 언제부턴가
그녀가 걸어온 길이 검푸르게 돋아 올랐다
나는 젊음을 빨아먹은
시간의 거머리들이 이제 그녀를
떠나려 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경작할 수 없는
칠순의 폐답 (廢畓)
더 이상 위로 펌프질할 수 없는 물길은
메말라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므로
가늘어진 팔과 다리 창백한 살빛 아래
드러난 엄마의 고지도 (古地圖)를 읽는다
저 길을 밟아 밥을 빌어 오고
수십 번 이삿짐을 옮겼을 것이다
저 길에서 나의 길도 갈라져 나왔을 것이다
이제 길은 옹이처럼 툭툭 불거지고
점점 좁아지며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마도 앙상한 저 생의 무늬는
내가 다 갉아먹고 버린
낙엽의 잎맥일지도 모른다
파삭파삭 금세라도 부서져 내릴 듯한
엄마의 길을 따라가며
나는 잠시 내 발길을 되돌려 보는 것인데
어느새 내가 밟아온 길들이
내 팔뚝과 정강이에도 퍼렇게
거미줄처럼 인화되고 있다
- 이영혜 시인의 시「하지정맥류」전문 (pp.18-19)
근래 몇 해 동안 불교문예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당연히 불교문예 출신 문인들도 뵙지 못하였고, 조금
은 못내 미안한 마음 한 구석 자리하고 있었는데.....이렇게 불교문예 출신이 시집을 내어 보내주니 반갑고
감사한 마음 그득하기만 하다.
시인은 늘 밝은 미소와 함께 누구보다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시집을 받고 급히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
-가르마 의혹 - 원초적 본능 - 아라홍련, 그대에게 - 네모난 여자 - 찾습니다 - 어느 여자 시인의 진료기록부 - 키싱 구라미 - 나의 메리제인 슈즈 - 쇠똥구리 - 내 책은 얼마나 두꺼울까요 -
잔뜩 기대하게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시인의 첫 시집 상재를 거듭 축하드리며, 문운 가득하시길 기원해 본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에는 모두 58편의 작품이 4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손금 보는 밤」(pp.13-14).
「찾습니다」(pp.56-57).
「내 책은 얼마나 두꺼울까요」(p.105).
유성호 교수의 해설「자기 회기와 시원의 꿈을 그리는 시적 페이소스」(pp.106-124).
표사. -공광규 시인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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