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 총평 - 시조/ 한춘섭, 「짓는다는 일」중에서(p.337)
짓는다는 일
한춘섭
저만치 나무의 음성/ 바쇼의 부름인가// 가까이/ 더 가까이/ 그저 낡은
고목(古木)일뿐// 나직이 들려옵니다/ 귀뚜라미/ 옷 깁는 소리(이원식,
「바람의 채비」전문)
명작은 짧을수록 좋다고 말해 왔다. 다만, 의식한 시조 작품이 되어 문단의 명성을 자신과 함께 누릴수있다면 그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그래서 나의 시조 감상 눈길에서 허물어져 가는 세상 걱정에 녹아든 「쩝쩝 세상」이라든가 뭔가 큰스님들 설법이 들릴 듯한 「백담계곡」같은 작품들보다 이원식 시인의 「바람의 채비」를 꼽을 수 있었다.
이 시가 미처 다 보여 주지 못한 무수한 바람의 숨결, 그러나 아련한 마음 속 울림 같은 게 초, 중장에서 마련되었더라면 종장 마무리는훨씬 감동받는 시가 되었을 것 같다. 짧은 형태에 담을 시를 짓기란 중첩되는 긴 내용의 작품들보다 훨씬 갈무리의 숙련된 창작기법이 요구된다 하겠다.
《월간문학》2016.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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