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시조여, 각을 세워라’ 중에서《정신과표현》2005. 11-12월호
불두덩이 걸터앉아 세상을 뒤집는다
거북한 시선에도 이 악물고 참아내다
뻥이요!
놀란 가슴에
게워내는 흰 꽃들
-이원식, ‘어떤 해탈’ 전문. 《열린시학》2005 가을.
이 시조 역시 ‘해탈’을 노래한다. 하지만 제대로 짜여진 구도에 의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튀밥 기계 속에서 쌀알들이 하얀 꽃들로 튀어나오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굳이 튀밥이라 하지 않고 해탈이라 이름붙인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중장은 좀 아쉽다. “거북한 시선에도 이 악물고 참아내다”는 표현은 그저 진술에 불과하다. 기계 속에서 전혀 낯선 생명으로 환생하기 위한 쌀알들의 형상을 실감나게 그려주어야 했다. 이어진 종장에 오면 그 아쉬움은 금방 해소된다. “뻥이요!”는 의성어이기도 하지만 ‘뻥’이라는 원래의 의미도 담고 있다. 불구덩이의 지옥을 견딘 것들은 초죽음의 형상을 하고 있어야 되는데 이것들은 오히려 싱싱하고 탐스러운 꽃잎으로 태어난다. 이런 배반을 시인은 “뻥이요!”하고 익살맞게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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