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지난 계절의 좋은 시조’ 중에서 《나래시조》2006. 가을호
꽃바람 불고 달소수*
벚꽃 눈이 쏟아졌다
교교한 달 휘어 감는
하얀 휘파람 소리
유리잔 물오른 양파
환(幻) 하나를 꿰뚫었다
-이원식, ‘간밤에’ 전문. 《나래시조》2006. 여름호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제목은 독자를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마흔 일곱 자 밖에 안 되는 글자인데 굉장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어쩌면 조금 버거워 휘청거릴 수도 있는.
‘달소수’란 순수한 우리말을 살려내어, 꽃바람이 불고 한 달이 좀 지나자 벚꽃 눈이 쏟아졌다고 한다. 눈처럼 분분히 날리는 벚꽃의 지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거기다 그 벚꽃이 지는 모습을 교교한 달빛마저 휘어 감는 하얀 휘파람 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휘파람처럼 지는 벚꽃...멋있다. 자연을 관장하는 신이 불고 있는 휘파람일까? 그렇게 밖에서 벚꽃이 지고 있는 동안, 안의 유리잔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양파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신비한 생명의 촉이 하나 트고 있다. 밖에서는 꽃이 지고 안에서는 촉이 트고 있어 의미상 대비가 되며, 긍정적, 희망적인 작품이 된다.
이 작품은 초, 중, 종장 사이 상상의 폭이 대단히 넓은 시조이다. 이런 시조는 상상의 폭이 하도 넓어 자칫 독자들에게 의미의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행히 이 작품은 제목이 그러한 폭을 감싸고 있어 좋은 작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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