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r Camera/디카 스토리·디카 시

[시조]돌의 깊이

이원식 시인 2007. 11. 17. 01:29

오늘 오후 광화문으로 가는 길 지하철역.

왠일인지 텅 빈 에스컬레이터. 노인 한 분과 나 뿐이다.

 

저 앞선 노인분의 생(生)의 길을 나도 따라 가고 있겠지.

세월이 가면 저 노인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내 모습처럼 누군가 내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겠지.

 

문득 늘 다니는 에스컬레이터 계단이 무척이나 높아보인다.

 

 

 

[시조]

 

 

돌의 깊이

 

                  이원식

 

 

가던 길 모퉁이에

돌 하나

박혀있네

 

빼내려 빼내려다

불혹(不惑)이

지나가네

 

생(生)이란 이런 것인가

파낼수록

아득한 것

 

 

 

        졸시집 『누렁이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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