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r Camera/디카 스토리·디카 시

[시조]난초화(蘭草畵)

이원식 시인 2007. 11. 25. 00:32

 난초화(蘭草畵).

 

아파트에서 화초를 키우기란 쉽지가 않다. 내가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적당한 습기와 햇볕, 신선한 바람 등 화초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한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집은 오디오와 레코드판, 적지 않은 책 때문에 가습기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등 더더욱 악조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도 아쉬움에 몇 개의 난(蘭)과 생명력 강한 식물을 애써 키우지만, 늘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 지울 수가 없다.

 

어느날 난초 그림 하나가 가족이 되었다.

빤히 보고 있는 내게 그림속 난이 말을 건넨다.

그 하소연을 모아 한 편의 시조로 옮겨보았다. 오늘 문득 그 기억이 떠오른다.

 

 

   [시조]

 

 

   난초화(蘭草畵)

 

                    이원식

 

   새벽이슬

   한 방울

   맺혀보지

   못함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바람결에

   날아오는

   당신의

   향기에 취해

   시들고픈

   이 심정을

 

 

   -시집『누렁이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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