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화(蘭草畵).
아파트에서 화초를 키우기란 쉽지가 않다. 내가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적당한 습기와 햇볕, 신선한 바람 등 화초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한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집은 오디오와 레코드판, 적지 않은 책 때문에 가습기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등 더더욱 악조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도 아쉬움에 몇 개의 난(蘭)과 생명력 강한 식물을 애써 키우지만, 늘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 지울 수가 없다.
어느날 난초 그림 하나가 가족이 되었다.
빤히 보고 있는 내게 그림속 난이 말을 건넨다.
그 하소연을 모아 한 편의 시조로 옮겨보았다. 오늘 문득 그 기억이 떠오른다.
[시조]
난초화(蘭草畵)
이원식
새벽이슬
한 방울
맺혀보지
못함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바람결에
날아오는
당신의
향기에 취해
시들고픈
이 심정을
-시집『누렁이 마음』 중에서
'■Photo or Camera > 디카 스토리·디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을 배웅하다 (0) | 2007.12.01 |
---|---|
[시조]바퀴를 위하여 (0) | 2007.11.27 |
새해 달력 (0) | 2007.11.24 |
눈 덮인 동네를 지나가다 (0) | 2007.11.22 |
아침, 눈[雪]을 보면서 (0) | 2007.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