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문학자료·시집

고경숙 시집『달의 뒤편』

이원식 시인 2008. 12. 17. 00:14

 고경숙 시집『달의 뒤편』문학의 전당(2008. 9. 5)

 

이달 초쯤 혜화동 '다시올문학' 사무실에 들렀을 때다.

다시올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인 고경숙 시인께서 시집을 내셨다고 전해들었다.

시인이 시집을 발간하는 일만큼 경사스럽고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아직 만나 뵌 적은 없지만 마침 가방 속에 있던 내 시집을 꺼내어 축하겸

전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오늘 우편함 속에 고경숙 시인이 보내주신 따뜻한 시집 한 권이 앉아 있었다.

경건한 이미지의 제목과 정갈한 회색빛 모습을 한 시집이다.

감사의 말씀과 함께 두 번째 시집  『달의 뒤편』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고경숙 시인의 약력.

 

 ▶'2008 세밑' 송년 편지와 함께 보내주셨다.

 

 ▶自序.

                     "피비린내 나던 지독한 사랑도 안온을 꿈꿨던 불안한

                                                          미래도 모두 반기를 든다.

                                                           그것은 끝없는 혁명이다."

 

 ▶차례. 모두 4부, 64편의 시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달의 뒤편」(pp.16-17)

 

 

      달의 뒤편


                                      고경숙

 


    젖은 빨래를 탁탁 털어 널고 들어간 아내에게

    방망이로 흠뻑 두들겨 맞은 날은

    일수도장을 찍은 것처럼 후련하다

    빨랫대가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접어진 허리며 정강이가                   

    부러질 뻔 했다 용케도 죽지 않고

    정신을 차려 세상을 보면 불똥처럼

    외곽순환도로 위 차들이 거꾸로 붙어간다

    그맘때쯤

    겨울별도 내 늘어진 팔뚝에서 목 솔기에서

    오색영롱한 빛으로 뜬다

    늘어진 전선들이 달 한가운데를 지나는

    기타 구멍처럼 후미진 이곳에선

    일 다녀온 아내들에게 매일 밤 얻어맞는

    일 없는 남자들이 나처럼 빨래줄에 얹혀져

    궁시렁 궁시렁 달을 한 잔씩 비운다

    옥탑방까지 무단으로 올라온

    빈 은행나무 가지들이

    바람 부는 대로 달의 표면을 쓸고 있다

    쓸어갈 것도 쓸려가는 것도 모두 초라한

    달의 뒤편에 기울었던 해는 뜰까

    새벽밥 지으러 아내 쪽문열고 나올 때까지

    양 팔뚝에 고드름 차고 뜬 눈으로 밤을 샌다

    쥐새끼 한 마리 못 지나가도록 말이다.

 

 

 

 ▶「모란」(p.41)

 

 ▶「붉은 억새밭」(p.104)

 

 ▶서동인 시인의 '해설'(pp.132-148)

 

    ‘(전략)고경숙 시인의 엄폐된 풍경 속의 길 찾기 작업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가령, 「붉은 억새밭」같은 작품에서 먼 길을 떠날 것 같은

    어머니에 대한 예고된 그리움을 이야기하면서 어머니가 갈 그 길을

    “눈 감고도찾아 갈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으며, “몸을

    벗어난 소리의 길은 모두 허구다”(「돌아보아야 할 때」)에서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면서 사후 세계에 대한 의미부여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 서동인 시인의‘해설’중에서

 

 

 ▶김성수 시인과 마경덕 시인의 표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