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식의 시조집『리트머스 고양이』에는 제목에서부터 이미 암시하고 있듯이 ‘고양이’라는 시어가 많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새’라는 말도 많이 등장한다.
실제 시인의 시조집에서는, 인간 ‘세상 밖’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와 ‘새’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두 이미지는 그의 ‘상처 입은 자아’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이곳저곳에 핏자국을 만들면서 상처가 만든 꽃밭을 통해서 시 세계를 확대하고 다채롭게 해준다. 다시 말해서『리트머스 고양이』는 ‘상처 입은 자아’를 정점으로 ‘고양이’와 ‘새’를 섞어가며 세계라는 그림을 직조(織造)해낸다.
나는 이러한 이원식 시인의 세계는 ‘까치 작(鵲)’, ‘고양이 묘(猫)’, ‘그림 도(圖)’ 세 글자로 된 ‘작묘도(鵲猫圖)’라 규정하고 싶다.
-최재목(시인, 영남대 철학과 교수)
큰 것에만 집중하기 쉬운 시대에 작은 것들의 말을 듣는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가. 그러나 그 작은 것들은 대부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어서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소리를 내지 않거나 삼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리를 낼 수 있으면서도 내지 않는 것들은 피해자의 신분인 셈이어서 자신의 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소리로 살아가지 않고 존재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 존재는 가장 확실한 삶의 방식이어서 그것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을 통해 소리로 변환된다. 이원식은 그 작은 것들의 존재를 소리로 변환하는 시인이며, 이 시집은 그 존재와 소리를 함께 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시인과 시집 모두를 소중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이종섶(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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