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남, '윤종남의 시 읽기(12)' 『제주인뉴스』2011. 5. 3일자
사부곡
-모놀로그
거울 속 내 모습은 내 나이의 아버지였다
겨운 말씀 하시려다 하시려다 머금고 마는
한없이 저미는 가슴 잊혀질까 웃고만 있다
- 이원식 시집『친절한 피카소』(황금알, 2011) 중에서
화사한 햇빛의 유혹으로 겨우내 걸어두었던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하늘을 본다. 어제 내린 비로 씻어놓은 듯 맑고 연한 초록의 나무들이 저마다 하늘을 향해 손 뻗고 있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마다 봄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더하여 햇빛도 눈부시다. 이 계절에 한 귄의 시집이 배달되어 왔다. “친절한 피카소”. 이원식 시인의 시집이다. 그 본인이 마당발이면서 주위에 얼마나 친절했으면 제목까지도 친절한 피카소였을까 생각하며 웃어본다. 따스한 마음이 전해진다. 시집을 펼치고 작품들을 읽어간다 “사부곡”이란 시에 눈길이 머문다.
지금 시인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가 지금 시인의 나이 때에 시인에게 하시고자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내게도 그런 아버지가 계셨다. 겨운 말씀조차도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평생 아버지를 잊은 적이 없다.
누구에게나 슬픔이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는 이성문제의 슬픔, 또 누구에게는 자식에 대한 연민과 애절한 슬픔, 또 누구에게는 사회적으로 소외 되어 소통되지 않는 슬픔, 또 어느 누구에게는 지독한 가난의 슬픔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유독 아버지에 대한 슬픔이 가시질 않는다.
유난히 사랑해 주시던 아버지. 그렇게 가시려고 무릎에 앉혀 키우셨을까. 이 순간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만 각설하고, 이 시인의 시를 더 들여다본다. 정이 많고 오지랖이 넓은 이 시인에게도 아버지에 대한 남다른 애틋함이 있다. 한없이 저며 오는 애틋함에 하늘을 또 올려다본다.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올리는 헌시로 새겨 두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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