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시집『찬란을 위하여』황금알, 2011. 9. 9
너의 눈은 우물이다
움푹 파인,
들여다보면 볼수록
깊고도 깊은,
그래서 빠져죽고 싶은
깊은 우물이다.
그 깊은 우물 속에
스스로 빠져 죽은
귀신 하나가 살고 있다
전생의 나다
- 김세형 시인의 시 「인도여자」 전문 (p.13)
한 곳에 집착하려하지 않고 구차하게 구걸하려 않는 운수납자(雲水衲子)와 같은 시인.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김세형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을 펼쳐 본다.
시의 대상이 ‘그녀’이거나 ‘그’ 혹은 ‘그것’이 속성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본질은 아마도 시편을 읽는 동안 독자 자신의 가슴 속 낯빛을 붉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 시집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김세형 시인은 자연 사물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깊이’의 시학을 추구하면서도, 보다 높은 정신적 차원 을 지향하는 형이상의 지경을 줄곧 탐색한다. 그만큼 그는 심미 적 자연을 섬세하게 돌아보면서 단순히 풍경에 도취되기보다는, 그 안에서 가장 근원적 인 삶의 이법(理法)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김세형 시인은 이러한 이법 을 관통하면서 궁극적으로 가 닿아야 할 자신의 실존적 모습을 다양하게 상상한다. 이 때 시를 통한 실존적 투사(投射)가 선연하게 이루어진다. 이는 김세형 시학의 또 하나 의 근원적 축이라 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완성하려는 ‘구도적 열정’과 깊이 연관된다. 이는 일찍이 불가적 사유와 감각을 깊이 있게 추구해온 그가 자연스럽게 견지하게 된 시적 태도(attitude)이기도 할 것이다.
- 유성호 교수의 해설 「사랑과 구도(求道), 그 견고한 결속의 시학」 중에서(p.129)
시인의 사상이거나 철학은 일견 ‘연기(緣起)’를 그 중심으로 태동하고 있다. 아직도 그의 구도는 인간애와 불가적(佛家的) 시관을 근본으로 진행 중이며, ‘시정(詩情)’ 또한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의 귀결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 중인 것이다.♣
달집 속의 태양의 불이 들어가 달집을 다 태워버렸으
나 달은 태우질 못했다.
태워지지 않는 달이 밤하늘에 떠서 칠흑 같은 산중을
밤새 환히 비췄다.
- 김세형의 시 「달집태우기 - 법정 스님 다비식을 보고」 중 일부(p.53)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모두 53편의 작품이 4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슬픔의 연원」(pp.16-18).
「경전이 불경(不敬)」(p.87).
「줄탁동시(啐啄同時) 2」(pp.112-113).
유성호 교수의 해설「사랑과 구도(求道), 그 견고한 결속의 시학」(pp.116-135).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호병탁(시인, 문학평론가), 김영탁(시인,『문학청춘』주간)의 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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