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시집『아포리아 숲』책만드는집, 2011. 10. 12.
구름이 제 그림자를 길 위에 남기고 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밤새도록 너울거리던
그림자 벗어둔 자리,
삭정이의 시간들
무성한 어둠 속에 온몸을 밀어 넣고
마른 담장 너머의 별들을 헤던 밤
우수수 지는 눈물이
바닥을 덮는다
귓속에선 아직도
비명 같은 이명뿐
그 좁은 방안을 퍼덕이는 까마귀 떼
웅크려 쓰던 편지가
갈기갈기 찢겨 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길은 더 멀어진다
밤하늘 가로질러 노란 등이 켜지면
저 멀리 오렌지색 불빛
가늘게 새나온다
- 이송희 시인의 시조「편백나무 숲에서 길을 잃다」전문(pp.76-77).
바람도, 햇살도, 새들도 쉬어가는 한적한 벤치 위에 앉아 맑은 하늘 보고 있으면, 풀리지 않는 세상의 문제들
살포시 잊게하는 평온한 숲 하나쯤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아포리아 숲.
시인은 '시조시인 구보 씨'의 눈을 통해 스스로 '출구가 없'는 '타인의 방' 혹은 '아달린의 방'인 '편백나무 숲
에서 길을 잃'고 '검은 고양이 네로'와 함께 '그림자 놀이'를 하고 있다.
시집 속 긴장(tension)의 요소로 '거울'을 들 수 있는데, '금 간 거울', '잃어버린 거울', '둥근 거울' 그리고
'뭉크의 겨울' 속 '거울'을 매개체로 하여금 자아(自我) 혹은 생(生)의 동기부여(motivation)와 함께 현실적
난점(難點, aporia)의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시집『아포리아 숲』길을 걷고 있는 '뭉크의 겨울'을 상상해 본다.♣
오도 가도 못하고 얼어붙은 발자국들
상복 입은 겨울이 거울 밖으로 걸어 나온다
덧칠한 슬픔 한 폭이
눈 시리게 환한 겨울
- 「뭉크의 겨울」중 셋째 수(pp.64-65)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모두 62편의 작품이 4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토끼의 간」(p.13).
「아달린의 방-이상(李箱)을 엿보다」(pp.82-83).
「몽고반점」(p.107).
이승하 교수의 해설「현실 사회의 아픔을 보듬는 시인의 따뜻한 눈길」(pp.108-125)
표사. - 정진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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