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김진길의 시「둥둥 북을 쳐라, 장부여, 네 가슴팍은 호국의 북 아니던가」(2011. 11. 21)
둥둥
북을 쳐라
장부여,
네 가슴팍은 호국의 북 아니던가
쉼 없이 북채를 휘둘러
더운 피 뿜어내라
장부여,
너는 저 뜨겁고 부신 햇덩이를
中天에 띄우는 해의 날갯죽지,
보일 듯 뵈지 않는
광촉을 호위하는 빛의 살점,
너의 심장이 하나로 고동치면
북악의 해는 如一하게 떠올라
볕뉘처럼 온 누리에 닿으리
장부여,
너는 영원불멸의 북을 치는
33 헌병대원,
날마다 심북을 치며
몸덩이를 벼리고 또 벼릴지어다
그리하여 앞으로 나아갈 땐
목숨 따윈 접어두라
여기 북악이
보무당당한 네 이름을
돋을새김하리라
해가 솟는다
장부들이여
둥둥 북을 쳐라
- 김진길의 시 「장부들이여, 북을 쳐라」 전문.
■작품해설
“둥둥 북을 쳐라. 장부여, 네 가슴팍은 호국의 북 아니던가”
이 원 식
명징하고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이 작품은 ‘33 헌병대원’들의 피 끓는 젊음과 기상을 담고 있다. 시인은 대원들을 해의 ‘날갯죽지’와 ‘보일 듯 뵈지 않듯’ 광촉을 호위하는 결연(決然)한 ‘빛의 살점’으로 접목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북악의 해’가 ‘볕뉘처럼 온 누리에 닿’게 하는, 호국에의 뜨거운 충정(衷情)이 절로 고동치게 하는 절묘한 대목으로 이끌어낸다.
국가와 민족 앞에 젊음의 피만큼 붉고 정의롭고 뜨거운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이 작품에서 ‘목숨 따윈 접어두라’는 대목은 위국헌신군인본분이 철저한 군인정신을 상기시킨다. 날마다 해가 솟아오르듯 33 헌병대원들의 ‘심북’소리는 변함없이 다시 현장을 향하여 둥둥 힘차게 퍼져나간다. 바로 이 절정이 시적 상징성과 함께 작품을 힘있게 갈무리하고 있다.
이 작품을 쓴 김진길은 대한민국 육군장교로서, 또한 시인으로서 용감무쌍한 전우들의 이름을 북악산 기슭에 단단한 필력으로 ‘돋을새김’하며 그들을 위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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