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담 시집『고전적인 저녁』서정시학, 2011. 11. 10
트럭이 시간을 싣고 달려간다
짐칸에 실려 가던 층층 아파트 속
닭들은 날개를 펼 수 없다
일어서면 머리를 내리누르는
납부고지서 같은 천장
문은 밖으로 잠겨 있고
달리는 차 속에서 중심을 잡아보려고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를 밀치면서
발톱 끝으로 속도를 움켜잡는다
다시 돌아올 거라 믿는 눈빛들
제 털을 뽑아 표시하듯 던진다
잡아두고 싶어도 손이 없는 허공은
망연히 바라볼 뿐이다
날아보려고 날개를 폈다 접으면서
바닥만이 저를 받아준다는 걸 알았다
흔들리는 바닥과 함께 흔들리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아파트 속 닭 한 마리.
- 이지담 시인의 시「날아 본 기억이 없다」전문 (pp.98-99).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 한편으로 차분해 짐을 느꼈다. 카타르시스라해도 무방할 듯.
작품 한 편 한 편 주제의 시선들을 소중하게 감싸안은 채 표현하고 있다.
시집 제목 '고전적인 저녁'에서도 풍기는 어떤 이미지. 감정이입(emqathy)이거나 시의 내재율(internal rhy-
thm)에 있어 다분히 엔틱한 분위기 속에서 아늑함을 느끼게 해 준다.
읽는 이의 모습 마저도 생각하며 지은 듯한 느낌이 드는 분홍빛 시집이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은 모두 54편의 작품이 4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목탁」(p.13).
「고전적인 저녁」(pp.48-49).
「뿌리1」(pp.114-115).
유성호 교수의 해설「존재론적 기원을 찾는 말과 기억」(pp.116-137).
표사. 신덕룡(시인, 광주대 교수)
이정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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