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숙 시집『나무 안에 잠든 명자씨』시안, 2011. 12. 15.
경주 월지 신라의 진흙구렁 속
막새기와 갇힌 새 두 마리
손을 내밀어 꺼내려 해도
본 체 만 체 주둥이를 맞대고 꼼짝 않는다
발가락을 서로 엉킨 채 깨금발로 서서
무슨 비밀스런 말씀이라고
풀이파리 하나로 주둥이를 가리고
무슨 비밀스런 사랑이라고
부리를 물고서 수작을 벌이는지
기왓장 한 귀퉁이 슬그머니 깨지는 것도 모르고
천 년 동안 절정에 든
새들의 연애질
기와는 비몽사몽이다
- 임희숙 시인의 시「연애하는 새-쌍조문 수막새」전문(p.104)
시집을 펼친다. 먼저 목차 안의 제목들에 눈길이 머문다.
둥지에 들다, 말미에 가다, 평사낙안에서 몸을 굽다, 고흐의 아이리스, 나무 안에 잠든 명자씨,
내 집 앞의 묘갈, 나의 껴묻거리 목록, 새를 품었다, 통도사 늙은 홍매, 수당의 경계, 스카프를 맨 연인,
소금의 눈, 감자 몽상, 욕쟁이 개구리, 연애하는 새, 봐봐 억새, 능청스럽게 능소화가, 몽상 천수관음,
있었다 있었다......
재미있거나 신성한 그래서 눈에 띄는 제목들을 적다보니 한 편의 시 만큼이나 가득하다. 이밖의 제목들도
시인의 감성이거나 사상 혹은 영감(inspiration)에 대한 시감(詩感)의 갈피를 짐작케 한다.
작품들 또한 시지(詩池)의 범주를 넘어 자유롭게 유영(遊泳)하고 있다.
몇 해 전, 처음 시인을 뵈었을 때 성함이 가수 이름과 같다는 말씀에 잠시 미소지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
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에는 모두 68편의 작품이 3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둥지에 들다」(pp.13-14).
「나무 안에 잠든 명자씨」(pp.32-33).
「있었다 있었다」(pp.128-129).
이창기 문학평론가의 해설「'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pp.131-142).
표사. 정진규(시인)
이창기(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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